[심층분석] KAIST가 찾아낸 'PROX1' 브레이크 (2/3) — 망막 재생을 막던 범인의 정체와 셀리아즈 CLZ001 치료 전략

[심층분석] KAIST가 찾아낸 'PROX1' 브레이크 (2/3) — 망막 재생을 막던 범인의 정체와 셀리아즈 CLZ001 치료 전략

이 글은 3부작 중 2편입니다. 1편에서는 눈과 망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망막색소변성증과 황반변성이 어떤 병인지, 그리고 기존 치료법들이 무엇을 못 하는지를 다뤘어요.


결정적 반전: 그 단백질은 관리인이 만든 게 아니었다

자, 이제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뮬러글리아 안에 PROX1 단백질이 잔뜩 쌓여 있다는 걸 발견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 세포가 PROX1 유전자를 켜서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은 그 세포가 만든 것이라는 게 세포생물학의 기본 전제니까요. 공장 안에 제품이 쌓여 있으면 그 공장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연구팀이 확인해보니 아니었습니다. 뮬러글리아에서 PROX1 유전자의 전사체(mRNA), 즉 '만들라는 주문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어요. 단백질은 잔뜩 있는데 그걸 만들라는 설계도 사본은 없었던 겁니다.

공장에 제품이 쌓여 있는데 생산 주문서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입니다. 밖에서 들어온 것이죠.

연구팀이 추적한 결과, 그 PROX1은 죽어가는 주변 신경세포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망막의 신경세포들은 원래 PROX1을 발현합니다(특히 수평세포, 양극세포, 아마크린세포 등에서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세포들이 퇴행성 질환으로 죽어갈 때, 자기 안에 있던 PROX1 단백질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고 세포 바깥 공간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손상 부위를 수습하던 뮬러글리아가 그 단백질을 흡수해버린 겁니다.

관리인 아저씨가 무너진 방을 치우다가, 그 방에 있던 물건을 자기도 모르게 주워 삼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하필 그 물건이 "일하지 마"라고 적힌 명령서였어요.

죽어가는 세포가 흘린 단백질을 이웃 세포가 흡수하는 과정

죽어가는 이웃이 흘린 단백질을 주워 먹는다는 것

이 그림을 좀 더 자세히 그려볼게요.

망막이 병들면 광수용세포와 다른 신경세포들이 죽습니다. 세포가 죽는 방식에 따라 내용물이 밖으로 새어 나가기도 하고, 세포 밖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에 담겨 방출되기도 하며, 다양한 경로로 세포 외 공간에 단백질이 풀립니다.

뮬러글리아는 이 상황에서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망막의 항상성을 지키는 게 원래 업무니까요. 죽은 세포의 잔해를 정리하고, 새어 나온 이온과 신경전달물질을 흡수하고, 조직을 봉합합니다. 성실한 관리인이죠.

그런데 이 성실함이 함정이 됐습니다. 흡수한 잔해 속에 PROX1이 들어 있었고, 이 단백질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핵으로 이동해 전사인자로서 작동합니다. 즉 유전자 스위치를 조작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PROX1이 켜고 끄는 스위치들이 무엇이었느냐. 세포주기 재진입을 억제하고, 신경 재생 관련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쪽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뮬러글리아는 "나는 분열하지 않는다, 나는 전구세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상태에 고정됩니다. 재생의 문이 안에서 잠겨버린 거예요.

정말 얄궂은 구조입니다. 손상이 클수록 죽는 세포가 많고, 죽는 세포가 많을수록 새어 나오는 PROX1이 많고, PROX1이 많을수록 뮬러글리아는 재생하지 못합니다. 재생이 가장 절실한 상황에서 재생 차단이 가장 강해지는 악순환이에요.

그리고 이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해법도 보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세포 밖 공간'을 지나갑니다. 거기서 끊으면 됩니다.

세포 간 단백질 이동 — 왜 이게 놀라운 발견인가

이 연구가 학계에서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발견 자체의 의외성이었습니다.

전사인자는 원래 세포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단백질로 여겨져 왔습니다. 핵 안에서 DNA에 붙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게 일이니까요. 세포 밖으로 나갔다가 다른 세포로 들어가서 그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건 교과서적인 그림이 아니에요.

물론 전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초파리 발생에서 Antennapedia 같은 호메오도메인 단백질이 세포 간을 이동한다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HIV의 TAT 단백질이 세포막을 통과하는 성질은 잘 알려져 있죠. 실제로 이런 성질을 이용해 만든 게 '세포투과성 펩타이드(CPP)'입니다. 하지만 포유류의 질병 상황에서, 병리 기전의 핵심 고리로서 전사인자의 세포 간 이동이 규명된 사례는 흔치 않았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치료 표적으로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PROX1이 뮬러글리아 안에서 자체 생산되는 것이었다면, 치료하려면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siRNA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로 mRNA를 없애거나, 유전자 편집으로 유전자를 꺼야 해요. 전달이 어렵고, 정확도 문제가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PROX1이 세포 밖 공간을 경유해서 이동한다면? 그 공간에 항체를 뿌려 붙잡아버리면 됩니다. 항체는 원래 세포 밖에서 일하는 분자예요. 우리가 지난 30년간 가장 잘 만들어온 약물 형태이기도 하고요. 안전성 데이터도 풍부하고, 필요하면 투여를 멈추면 되고, 세포의 유전체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발견 하나가 치료 전략의 난이도를 한 단계 떨어뜨린 셈입니다.

scRNA-seq: 세포 하나하나에게 "너 이거 만들었니?"를 묻는 기술

연구팀이 "이 단백질은 뮬러글리아가 만든 게 아니다"를 어떻게 증명했는지 짚고 갈게요. 여기 쓰인 핵심 기술이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 scRNA-seq)입니다.

기존 RNA 분석은 조직을 통째로 갈아서 그 안의 RNA를 측정했습니다. 이걸 벌크(bulk) 분석이라고 해요. 문제는 이렇게 하면 "이 조직에 PROX1 mRNA가 있다"까지만 알 수 있고, "어느 세포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스무디를 갈아놓고 어떤 과일이 들어갔는지 맞히는 것과 비슷해요.

scRNA-seq는 조직을 세포 하나하나로 분리한 다음, 각 세포에 고유한 바코드를 붙여서 개별적으로 RNA를 읽습니다. 그러면 "3번 세포는 뮬러글리아이고 PROX1 mRNA가 없다, 7번 세포는 양극세포이고 PROX1 mRNA가 많다"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스무디로 만들지 않고 과일을 하나씩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면역조직화학(immunohistochemistry)을 결합합니다. 이건 특정 단백질에만 달라붙는 항체에 형광 표지를 달아서, 조직 절편에서 그 단백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는 기술이에요. mRNA는 '주문서'를, 단백질은 '실물'을 보는 것이니, 두 가지를 겹쳐 보면 강력한 결론이 나옵니다.

결과가 이랬습니다. 면역염색에서는 뮬러글리아 안에 PROX1 단백질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scRNA-seq에서는 같은 뮬러글리아에 PROX1 mRNA가 거의 없습니다. 실물은 있는데 주문서가 없다. 그러면 남는 결론은 하나, 외부에서 왔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원리의 기술을 겹쳐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걸 '수렴적 증거(converging evidence)'라고 합니다. 좋은 연구의 특징이에요.

PROX1이 브레이크를 거는 방식 — 세포주기 재진입 차단

조금 더 들어가 볼게요. PROX1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생을 막는 걸까요.

재생이 일어나려면 뮬러글리아가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 다시 분열해야 합니다(세포주기 재진입). 둘째, 전구세포의 유전자 프로그램을 켜야 합니다(역분화).

세포주기는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의 단계별 사이클입니다. 성숙한 신경세포나 아교세포는 이 사이클에서 빠져나온 G0라는 휴지 상태에 있어요. 여기서 다시 사이클로 들어가려면 여러 관문(체크포인트)을 통과해야 하고, 각 관문에는 사이클린과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 그리고 이들을 막는 억제 단백질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PROX1은 발생 과정에서 원래 이 관문을 잠그는 역할을 해온 단백질입니다. 신경줄기세포에게 "그만 분열하고 성숙해라"라고 지시할 때 정확히 이 일을 해요. 그러니 뮬러글리아 안에 PROX1이 들어오면, 이 세포는 세포주기 재진입을 시도해도 관문에서 막힙니다. 액셀을 밟는데 주차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상태예요.

동시에 PROX1은 재생 관련 유전자 발현도 억제합니다. 역분화에 필요한 전사인자 네트워크가 켜지지 못하게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 단백질 하나가 재생의 두 축을 모두 막고 있는 셈입니다.

연구팀이 이 부분을 "탈분화 장벽(barrier to dedifferentiation)"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장벽이라는 단어가 중요해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장벽은 치울 수 있습니다.

제브라피시 뮬러글리아에는 왜 안 쌓일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 있죠. 제브라피시도 망막이 손상되면 신경세포가 죽고, 그 세포들도 PROX1을 발현할 텐데, 왜 물고기의 뮬러글리아에는 PROX1이 축적되지 않을까요?

연구팀의 관찰에 따르면 제브라피시 뮬러글리아에서는 이런 축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흡수 자체가 덜 일어나거나, 흡수해도 빠르게 분해해버리거나, 흡수된 단백질이 핵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처리하거나, 혹은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양 자체가 적을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습니다. 제브라피시의 뮬러글리아는 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로 손상에 반응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자유롭게 역분화하고 증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비교가 중요한 이유는, "PROX1 축적이 재생 실패와 단순히 같이 나타나는 현상인가, 아니면 원인인가"를 가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재생 잘하는 종에는 없고 못 하는 종에는 있으며, 그것을 인위적으로 제거했더니 재생이 일어났다면 — 이건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에 훨씬 가까운 증거입니다.

과학에서 "A와 B가 같이 나타난다"와 "A가 B의 원인이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요. 이 연구가 설득력을 얻은 건 그 간극을 실험으로 메웠기 때문입니다.

세포 밖에서 단백질을 붙잡는 중화항체

그래서 전략은 단순해집니다 — 중간에서 가로채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해볼게요.

병든 망막에서 신경세포가 죽습니다 → 죽으면서 PROX1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 뮬러글리아가 그것을 흡수합니다 → 흡수된 PROX1이 세포주기 재진입과 재생 유전자를 억제합니다 → 뮬러글리아는 역분화하지 못하고 아교흉터만 만듭니다 → 재생 실패.

이 흐름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세포가 죽지 않게 막을 수도 있고(그게 기존 신경보호 치료), 뮬러글리아가 흡수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고, 흡수된 뒤 세포 안에서 무력화할 수도 있고, 아예 유전자 발현 자체를 조작할 수도 있죠.

김진우 교수팀과 셀리아즈가 택한 지점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 정확히는 '세포 밖 공간에 떠 있는 PROX1을 잡아서 제거하는' 지점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관리인이 잔해를 치우다가 나쁜 명령서를 주워 삼키는 게 문제라면, 그 명령서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안 먼저 집어서 파쇄해버리는 겁니다. 관리인의 몸속에 들어가서 꺼낼 필요도, 관리인의 성격을 바꿀 필요도 없어요. 그냥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먼저 치우면 됩니다.

이 아이디어를 약으로 구현한 것이 CLZ001과 CLZ002입니다.

CLZ001: PROX1 중화항체라는 '포집망'

CLZ001은 PROX1을 표적으로 하는 중화항체입니다. 안구 안에 직접 주사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항체가 뭔지 잠깐 짚고 갈게요. 항체는 원래 우리 면역계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붙잡기 위해 만드는 Y자 모양 단백질입니다. Y자의 두 팔 끝에 특정 표적에만 딱 맞는 결합 부위가 있어요. 열쇠와 자물쇠처럼 정확하게 맞습니다. 이 정확성 때문에 지난 30년간 항체는 가장 성공적인 신약 형태가 되었습니다.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그리고 앞서 말한 항-VEGF 안과 주사제까지 모두 항체 기반이에요.

CLZ001은 이 원리를 PROX1에 적용합니다. 안구에 주사되면 유리체와 망막 세포 사이 공간에 퍼져서, 죽어가는 신경세포가 흘려놓은 PROX1 단백질을 붙잡습니다. 항체에 붙잡힌 단백질은 뮬러글리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제거됩니다.

포집망을 쳐놓는 것과 비슷해요. 강 상류에서 쓰레기가 계속 떠내려오는데, 하류의 정수장이 그걸 삼키지 못하게 중간에 그물을 치는 겁니다. 상류에서 쓰레기가 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신경세포가 죽는 건 어차피 진행되니까), 그물이 있으면 정수장은 정상 작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셀리아즈에 따르면 CLZ001은 2020년 KAIST 최우수 기술, 2021년 KAIST TOP 2 기술로 선정되었고,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주요 6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세포 안이 아니라 세포 밖에서 잡아야 할까

이 부분은 이 치료 전략의 핵심이라 조금 더 설명하고 싶어요.

항체에는 아주 큰 물리적 제약이 하나 있습니다. 세포 안으로 못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항체는 분자량이 15만 달톤쯤 되는 커다란 단백질인데, 세포막은 기름 성분의 이중층이라 이런 크고 물에 잘 녹는 분자를 통과시키지 않아요. 그래서 항체 신약의 표적은 거의 대부분 세포 표면 수용체이거나 혈액 속을 떠다니는 물질입니다.

전사인자가 오랫동안 '약으로 만들기 어려운 표적(undruggable target)'으로 불려온 이유가 이겁니다. 핵 안에 있으니 항체가 닿을 수 없고, 표면이 매끈해서 저분자 약물이 붙을 홈도 마땅치 않거든요. 암 연구에서 MYC 같은 전사인자를 수십 년간 못 잡은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PROX1은 특이한 상황에 놓입니다. 병리 과정에서 이 단백질이 세포 밖 공간을 반드시 경유하기 때문이에요. 세포 A에서 나와서 세포 B로 들어가는 그 중간 구간에, 항체가 접근할 수 있는 창이 열립니다.

말하자면 금고 안에 있어서 못 건드리던 물건이, 이사 중이라 잠깐 복도에 나와 있는 상황이에요. 그때 가져가면 됩니다.

이 창이 열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연구의 실질적 가치입니다. 기전을 밝힌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전이 "약으로 만들 수 있는 형태"라는 게 산업적으로는 더 큰 의미거든요. 아무리 정확한 기전이라도 약으로 못 만들면 논문에서 끝납니다.

CLZ002: AAV2 유전자치료제 버전

셀리아즈는 항체 단백질을 직접 주사하는 CLZ001과 함께, 유전자 치료제 형태인 CLZ002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AAV2 전달체를 이용해 항-PROX1 기능을 하는 유전자 구조물을 눈에 넣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어요.

왜 두 가지 형태를 같이 개발할까요. 단백질 항체 주사의 약점은 지속성입니다. 주사한 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고 배출되므로, 효과를 유지하려면 반복 투여가 필요해요. 항-VEGF 주사를 1~3개월마다 맞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유전자 치료제는 이 문제를 다르게 풉니다. 약 자체를 넣는 게 아니라, 약을 만드는 설계도를 세포에 넣어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세포가 스스로 항체를 계속 생산합니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낚시법을 가르치는 것에 가깝죠. 한 번 투여로 오래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제 형태를 단회 투여했을 때 6개월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쥐의 수명을 고려하면 이건 상당히 긴 기간이에요. 실험동물에서의 6개월은 사람으로 치면 훨씬 긴 기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다만 단순 환산은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유전자 치료제에도 고민이 있습니다. 한 번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부작용이 생겨도 "약을 끊는다"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안전성 검증의 기준이 훨씬 엄격합니다. 두 가지 형태를 병행 개발하는 건 이런 위험 분산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유전자를 실어 나르는 빈 바이러스 껍질, AAV

AAV가 뭔지 30초 만에 이해하기

AAV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의 약자입니다. 유전자 치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달체(벡터)예요.

바이러스를 약으로 쓴다니 겁이 나실 수 있는데, 여기서 쓰는 건 '껍데기'입니다. 바이러스의 본체 유전자는 다 빼내고,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능력만 남긴 다음, 그 빈 공간에 우리가 넣고 싶은 유전자를 담습니다. 택배 상자에서 원래 내용물을 빼고 우리 물건을 넣어 보내는 것과 같아요.

AAV가 선택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에게 질병을 거의 일으키지 않습니다. 인구의 상당수가 이미 감염된 적 있지만 병을 앓지 않아요. 둘째, 대체로 숙주 유전체에 끼어들지 않고(비통합) 세포핵 안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유전체를 망가뜨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셋째, 면역원성이 비교적 약합니다.

특히 망막은 AAV 유전자 치료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어요. 눈은 '면역 특권 부위(immune privileged site)'라서 면역 반응이 상대적으로 억제되고, 혈액-망막 장벽 덕분에 주입한 벡터가 전신으로 잘 퍼지지 않으며, 조직이 작아서 적은 용량으로 충분하고, 무엇보다 반대쪽 눈을 대조군으로 삼아 효과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력이라는 명확한 측정 지표가 있죠.

럭스투르나가 AAV 기반으로 승인되면서 이 경로의 안전성이 실증되었고, 지금 전 세계에서 유전성 망막질환을 대상으로 1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유리체강내 주사와 내경계막이라는 장벽

눈에 약을 넣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유리체강내 주사(intravitreal injection, IVT)입니다. 안구 중앙의 젤리 같은 유리체 공간에 바늘로 약을 넣는 방식이에요. 항-VEGF 주사가 이 방식입니다. 외래에서 국소마취로 몇 분 만에 끝나고, 망막 전체에 넓게 도달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반복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망막하 주사(subretinal injection)입니다. 수술실에서 유리체절제술을 하면서 망막 아래 공간에 직접 약을 넣습니다. 광수용세포와 RPE에 훨씬 효율적으로 도달하지만, 전신마취급의 수술이고, 망막을 일시적으로 들어올려야 하며, 도달 범위가 주입 부위 주변으로 제한됩니다. 럭스투르나가 이 방식이에요.

당연히 임상적으로는 유리체강내 주사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여기 장애물이 하나 있어요. 내경계막(internal limiting membrane, ILM)입니다.

ILM은 유리체와 망막 사이를 가르는 얇은 기저막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막을 만드는 세포가 바로 뮬러글리아예요. 관리인이 건물 외벽을 발라놓은 셈이죠. 문제는 이 막이 AAV 벡터의 통과를 막는다는 겁니다. 특히 AAV2는 ILM에 풍부한 헤파란황산 프로테오글리칸(HSPG)에 강하게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서, 여기에 붙잡혀 안쪽 망막층까지 잘 못 갑니다. 광수용체나 RPE를 형질도입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유리체강에 오래 머무는 벡터는 면역계에 노출되어 항체 반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확산은 떨어지고 면역 반응은 올라가는, 이중고 상황이에요.

AAV2의 한계를 넘으려는 2025년의 시도들

이 ILM 장벽 문제를 풀기 위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크게 세 갈래예요.

첫째, 캡시드 공학입니다. AAV 껍데기 단백질의 표면을 바꿔서 ILM을 더 잘 통과하는 변이체를 만드는 방식이에요. AAV2.7m8이 대표적인 개량 캡시드로 널리 쓰였습니다.

둘째, 화학적 접합입니다. 2025년에 보고된 AAV2.CPP.16 계열 같은 접근인데, 세포투과성 펩타이드(cell-penetrating peptide, CPP)를 캡시드에 붙여 조직 투과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런 개량형은 유리체강내 주사 후 망막 전체에 걸친 발현과 광수용체 형질도입 효율이 향상되었고, 기존 AAV2.7m8과 비교했을 때 면역 반응이 감소하는 경향도 보고되었습니다. 효율은 올리면서 면역 부담은 줄이는 방향이라 임상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셋째, 물리적·효소적 전처리입니다. ILM을 부분적으로 소화하는 효소를 함께 쓰거나, 수술로 ILM을 제거하는 방법도 연구됩니다. 다만 침습성이 올라가는 게 단점이에요.

이 배경 지식이 중요한 이유는, CLZ002 같은 AAV 기반 치료제의 성패가 결국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넓게, 얼마나 안전하게 망막에 도달하느냐"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기전이 아무리 정확해도 약이 목적지에 못 가면 소용이 없거든요. 이 분야 전체의 전달 기술이 발전하면 CLZ002도 함께 수혜를 받습니다.

실험 1: 화학적 손상 생쥐 모델

이제 실제로 어떤 검증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볼게요. 이 부분이 이 연구를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실증 연구로 만든 부분입니다.

첫 번째 실험 모델은 화학적으로 망막을 손상시킨 생쥐입니다. 특정 독성 물질을 투여해 광수용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방식으로, 급성 손상 상황을 재현합니다.

이런 급성 모델이 유용한 이유는 시간축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손상 시점이 명확하니까 "손상 후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뮬러글리아가 언제 반응을 시작하는지, PROX1이 언제 축적되는지, 치료제를 언제 넣어야 효과가 좋은지 같은 걸 알아낼 수 있어요.

연구팀은 이 모델에서 PROX1 억제 처치를 했을 때 뮬러글리아가 증식성 신경전구세포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환은 여러 세포 마커로 검증됩니다. 예를 들어 세포가 분열 중임을 보여주는 마커(Ki67, EdU 등), 전구세포임을 보여주는 마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세포가 신경세포임을 보여주는 마커를 함께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논리가 있어요. 단순히 "세포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재생인지 아니면 그냥 아교증인지 구분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전구세포 마커와 신경세포 마커를 함께 확인하는 겁니다. 관리인이 그냥 몸집이 커진 건지, 아니면 진짜 목수로 돌아간 건지를 구분하는 거예요.

실험 2: rd10 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 생쥐

두 번째 모델이 더 중요합니다. Pde6b^rd10/rd10, 줄여서 rd10이라고 부르는 유전자 변형 생쥐예요.

이 생쥐는 PDE6B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광수용세포의 신호 전달 회로에서 핵심 효소를 만드는데, 여기 문제가 생기면 세포 내에 cGMP가 과도하게 쌓이면서 광수용세포가 서서히 죽습니다. 실제로 사람의 상염색체 열성 망막색소변성증에서도 PDE6B 변이가 원인 중 하나예요.

rd10 생쥐는 태어난 뒤 3주 무렵부터 광수용세포가 죽기 시작해서 몇 주에 걸쳐 진행됩니다. 사람의 망막색소변성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모델인 셈이죠. 급성 화학 손상과 달리 '만성적이고 진행성인 퇴행'이라는 점에서 실제 환자 상황에 훨씬 가깝습니다.

이런 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급성 손상 모델에서만 효과가 나오는 치료제는 임상에서 실패하기 쉽습니다. 실제 환자는 급성으로 다치는 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니까요. 만성 퇴행 모델에서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건 한 단계 더 나아간 검증입니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서도 뮬러글리아의 전구세포 전환과 광수용세포층 재구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유전적 원인으로 계속 세포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재생이 일어났다는 뜻이에요. 이건 "원인 유전자를 고치지 않아도 재생 자체는 가능하다"는 유전자 비의존적 접근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조직 염색으로 본 것 — 사라졌던 층이 다시 생겼다

가장 직관적인 증거는 조직 사진입니다.

망막을 아주 얇게 잘라서(조직 절편) 특정 단백질에 형광 항체를 붙이면, 어떤 세포가 어디에 있는지 색깔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면역조직화학염색이에요. 건강한 망막에서는 광수용세포의 핵이 모인 외핵층(ONL)이 여러 겹의 두꺼운 띠로 보입니다.

망막색소변성증 모델 생쥐에서는 이 띠가 점점 얇아지다가 결국 거의 사라집니다. 층이 무너지는 거죠. 안저 사진이나 조직 사진에서 이 변화는 아주 뚜렷하게 보입니다.

연구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PROX1 차단 처치를 받은 망막에서는 사멸했던 광수용세포층이 재구성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얇아졌던 띠에 세포가 다시 채워졌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새로 보이는 세포가 정말 뮬러글리아에서 유래한 것이냐는 문제예요. 그냥 죽지 않고 남아 있던 세포일 수도 있잖아요. 이걸 구분하기 위해 계보 추적(lineage tracing)이라는 기술을 씁니다. 특정 시점의 뮬러글리아에만 영구적인 형광 표지를 달아놓고, 나중에 생긴 신경세포에서 그 표지가 나오는지 보는 방법이에요. 표지가 나오면 "이 신경세포의 조상은 뮬러글리아다"가 증명됩니다.

이런 검증 절차들이 쌓여야 "재생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생생물학에서 가장 흔한 함정이 "원래 있던 걸 새로 생겼다고 착각하는 것"이거든요.

빛에 대한 망막의 전기 반응 파형

ERG: "정말 빛에 반응하나요?"에 대한 답

조직 사진이 아무리 예뻐도, 환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보이나요?"

동물은 말을 못 하니까 대신 전기 신호를 측정합니다. 그 검사가 망막전위도(electroretinography, ERG)예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눈에 전극을 대고 빛을 번쩍 비추면, 망막의 세포들이 반응하면서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가 기록됩니다. 이 파형에는 여러 성분이 있는데, a파는 주로 광수용세포의 반응을, b파는 그다음 단계인 양극세포와 뮬러글리아 쪽의 반응을 반영합니다.

여기서 핵심입니다. b파가 나온다는 건 광수용세포가 빛을 감지했을 뿐 아니라 그 신호를 다음 세포에게 전달했다는 뜻이에요. 즉 시냅스 연결이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앞에서 계속 강조한 '배선 문제'가 해결됐다는 직접적인 지표죠.

연구팀은 치료를 받은 생쥐에서 빛에 반응하는 전기신호가 대조군 대비 대폭 상승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새로 생긴 세포가 그냥 자리만 차지한 게 아니라, 실제로 회로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왜 대단한지 다시 강조하고 싶어요. 줄기세포 이식 연구들이 수십 년간 넘지 못한 벽이 바로 이 지점이었거든요. 세포는 넣었는데 회로가 안 만들어져서 ERG가 안 나오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뮬러글리아 유래 세포는 원래 그 조직에서 태어나 그 자리에 있던 세포이므로, 이웃과 연결을 만들 확률이 구조적으로 높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덧붙이면, ERG 신호가 올라간 것과 동물이 실제로 사물을 알아보는 것 사이에도 여전히 간극이 있습니다. 시각 행동 검사(빛 회피 반응, 시운동 반응 등)와 뇌 활동 측정까지 함께 봐야 그림이 완성돼요. 이 부분은 후속 연구와 대동물 실험에서 더 확인되어야 할 영역입니다.

OCT: 구조가 실제로 두꺼워졌는지 확인하는 법

조직 염색은 동물을 희생시켜야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상태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려면 다른 도구가 필요해요. 그게 빛간섭단층촬영(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입니다.

OCT는 초음파와 비슷한 원리인데, 소리 대신 빛을 씁니다. 망막에 근적외선을 쏘고 각 층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빛의 시간차를 분석해서, 망막의 단면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해상도가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이라 망막의 층 구조가 선명하게 보여요. 비침습적이고, 몇 초면 끝나고, 방사선도 없습니다.

이건 실험실 장비가 아니라 지금 동네 안과에도 있는 검사입니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환자분들은 이미 여러 번 받아보셨을 거예요. 검사 결과지에 나오는 그 단층 사진이 OCT입니다.

연구팀은 OCT로 광수용세포층의 두께가 비후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구조적 복원이 일어났고, 그게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유지되었다는 뜻이에요.

OCT 데이터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검사가 사람에게 그대로 쓸 수 있는 검사이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임상시험을 할 때 "치료 효과가 있었는가"를 판정하는 지표로 동물 실험에서 쓴 것과 똑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동물 데이터와 사람 데이터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다리가 되는 셈이죠. 신약 개발에서 이런 '변환 가능한 바이오마커(translatable biomarker)'는 매우 귀중합니다.

6개월 지속이 의미하는 것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제 형태를 단회 투여했을 때 효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먼저 실험동물 기준에서 보면 상당히 긴 기간입니다. 실험용 생쥐의 평균 수명이 2~3년 정도이니, 6개월은 생애의 상당 부분에 해당합니다. 단기간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효과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두 번째로, 지속성은 재생 치료에서 특히 중요한 지표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세포가 며칠 살다가 죽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실제로 여러 재생 연구에서 "새 세포가 생겼지만 곧 사멸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많습니다. 6개월 유지는 새로 생긴 세포가 조직에 안정적으로 통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세 번째로, 치료 형태의 실용성 문제와 연결됩니다. 항-VEGF 주사처럼 매달 눈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환자 부담이 큽니다. 한 번 투여로 반년 이상 간다면 임상적 가치가 훨씬 커요.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동물에서의 지속 기간을 사람으로 단순 환산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훨씬 오래 살고, 면역계 반응도 다르고, 유전자 발현이 시간이 지나며 감소하는 현상(silencing)도 있을 수 있어요. 실제로 럭스투르나도 장기 추적에서 효과 감소가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사람에서의 지속 기간은 사람에게 투여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79세 환자 조직에서 확인한 것 — 사람에게도 통할까

동물 실험 결과를 볼 때 항상 따라붙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도 그런가요?"

생쥐와 사람은 다릅니다. 망막 구조도 다르고(생쥐에겐 황반이 없어요), 수명도 다르고, 질병 진행 속도도 다릅니다. 그래서 동물에서 성공한 치료가 사람에서 실패하는 일이 아주 흔합니다.

이 연구가 설득력을 얻은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사람 조직 분석이었습니다. 연구팀은 79세에 사망한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망막 조직을 분석했고, 그 환자의 뮬러글리아 안에서도 PROX1이 축적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 기전이 생쥐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 사람 환자에게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직접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표적이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확인, 신약 개발 용어로 '표적 검증(target validation)'이 인간 조직에서 이루어진 거예요.

물론 한계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사망 후 조직 한 건의 분석이고, "PROX1이 쌓여 있다"는 관찰이지 "그것을 없애면 사람에서도 재생이 일어난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후자는 임상시험에서만 답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이 데이터가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입니다. 없다면 "생쥐 이야기"에 머물지만, 있다면 "사람에게 시도해볼 근거가 있다"가 되니까요. 신약 개발에서 이 차이는 투자와 규제 판단을 좌우합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 기존 치료 vs 줄기세포 vs PROX1 기술

여기까지의 내용을 표로 정리해볼게요. 다만 PROX1 기술은 아직 전임상 단계이므로, 이 비교는 '현재까지 알려진 특성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봐주세요.

항목 항-VEGF 주사 유전자 치료(럭스투르나형) 줄기세포 이식 광유전학·인공망막 PROX1 차단 기술
목표 진행 억제 원인 유전자 보충 세포 보충 대체 광감지 부여 내인성 재생 능력 복원
죽은 세포 복원 불가 불가 이론상 가능 불가 목표로 함
적용 범위 습성 AMD 등 특정 유전자 변이 한정 광범위 말기 환자 위주 원인 무관(유전자 비의존)
세포 출처 해당 없음 자기 세포 외부 배양 세포 자기 세포 자기 세포(뮬러글리아)
생착·배선 문제 해당 없음 없음 최대 난제 부분적 구조적으로 유리
면역·종양 위험 낮음 낮음~중간 상대적으로 높음 낮음~중간 이론상 낮음(검증 필요)
투여 방식 유리체강내 주사 망막하 주사 수술적 이식 주사 또는 수술 안구 내 주사
투여 빈도 1~3개월마다 반복 1회 1회 1회 + 외부기기 1회 또는 간헐(개발 중)
개발 단계 시판 중 일부 시판 임상 초기 임상 1~3상 전임상
사람 데이터 풍부 있음 제한적 축적 중 없음

이 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줄은 맨 아래 두 줄입니다. PROX1 기술의 개념적 강점은 여러 칸에서 드러나지만, '개발 단계'와 '사람 데이터'에서는 다른 기술들보다 훨씬 뒤에 있어요. 개념이 좋다는 것과 검증되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점은 뒤의 현실 체크 파트에서 다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바이오 연구실

(주)셀리아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연구는 논문으로 끝나지 않고 회사로 이어졌습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가 (주)셀리아즈(Celliaz Inc.)입니다.

셀리아즈는 2022년 설립된 KAIST 교원창업 기업입니다. 교원창업이란 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직접 세우는 회사를 말해요. 실험실에서 나온 기술이 실제 약이 되려면 대학 연구실만으로는 어렵거든요. 대규모 자금, 규제 대응, 생산 공정, 임상시험 운영 같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이 구조는 표준에 가깝습니다. 모더나, 제넨텍, 리제네론 같은 회사들도 다 학계의 발견에서 출발했어요. 대학은 발견을 하고, 스타트업이 그걸 약으로 만들 수 있는 형태로 다듬고, 대형 제약사가 대규모 임상과 상업화를 맡는 분업 구조입니다.

셀리아즈의 파이프라인은 앞서 설명한 CLZ001(PROX1 중화항체)과 CLZ002(AAV2 기반 유전자 치료제)가 중심입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회사는 이 기술을 망막색소변성증과 황반변성 등 퇴행성 망막질환 전반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대표와 김진우 CSO

회사의 경영은 강경화 대표이사(CEO)가 맡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강 대표는 KAIST 연구교수 출신이며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수학한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젤은 로슈와 노바티스 본사가 있는 세계 제약 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예요.

그리고 논문의 주역인 김진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발생생물학과 망막 연구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이어온 연구자로, 이번 PROX1 연구 역시 그 축적 위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런 구성, 즉 과학자가 CSO로 남고 경영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CEO를 맡는 구조는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흔하면서도 중요한 조합입니다. 과학적 방향성은 발견자가 지키되, 자금 조달과 규제 대응, 파트너십 협상 같은 영역은 다른 역량이 필요하니까요.

바이오 신약 개발은 흔히 10년 이상, 수천억 원대의 비용이 드는 긴 여정이라고 이야기됩니다. 그 여정을 완주하려면 좋은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직과 자금 조달 능력이 함께 있어야 해요. 이 회사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자금 조달과 파트너십 확보가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특허와 기술 인정 이력

기술 사업화에서 특허는 생명줄입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특허 보호가 없으면 성공하자마자 복제당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투자자들은 파이프라인만큼이나 특허 포트폴리오를 봅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셀리아즈는 CLZ001에 대해 미국, 유럽을 포함한 주요 6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의약품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라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또한 CLZ001은 2020년 KAIST 최우수 기술로, 2021년에는 KAIST TOP 2 기술로 선정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대학 내부의 기술 평가에서 최상위로 꼽혔다는 뜻인데, KAIST가 매년 수백 건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평가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특허 '출원'과 '등록'은 다르다는 점은 짚어둘 만합니다. 출원은 신청한 상태이고, 각국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야 등록됩니다. 이 과정에 수년이 걸리고 청구 범위가 축소되는 경우도 흔해요. 그리고 특허 존속 기간은 출원일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개발이 오래 걸릴수록 실제 시장 독점 기간은 짧아집니다. 이건 모든 바이오 기업이 안고 가는 시계 싸움이에요.

딥테크 팁스와 국가신약개발사업

셀리아즈는 딥테크 팁스(Deep Tech TIPS)와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과제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드릴게요.

팁스(TIPS)는 정부가 운영하는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민간 운영사가 먼저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정부가 거기에 매칭해서 R&D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예요. 딥테크 팁스는 그중에서도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 같은 고난도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지원 규모를 크게 키운 트랙입니다. 선정 자체가 상당한 경쟁을 통과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국가신약개발사업(KDDF)은 보건복지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운영하는 대형 신약 개발 지원 사업입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데, 선정 과정에서 과학적 타당성과 개발 가능성에 대한 외부 전문가 평가를 거칩니다.

이런 국가 과제 선정이 기술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선정되고도 실패하는 과제가 훨씬 많아요. 다만 두 가지 의미는 있습니다. 첫째,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이 이 기술의 개발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것. 둘째, 초기 바이오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죽음의 계곡' 구간에서 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바이오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죽는 구간이 논문 발표 이후 임상 진입 전 사이예요. 논문은 나왔는데 임상시험용 물질 생산, 독성 시험, 규제 서류 준비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멈추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 구간의 자금 확보는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개발 로드맵 한눈에 보기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정리하면 대략 이런 흐름입니다.

시기 단계 주요 내용
~2020 기초 연구 PROX1 축적 현상 발견, KAIST 최우수 기술 선정
2021 기술 검증 KAIST TOP 2 기술 선정, 특허 출원 진행
2022 창업 (주)셀리아즈 설립(KAIST 교원창업)
2023~2024 전임상 생쥐 모델 유효성 검증, 기전 규명 심화
2025.3 논문 게재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게재
2025~2026 전임상 확장 환자 견 모델 유효성 평가, 영장류 시험 준비
2026.1 사업 개발 JPM 주간 '바이오 쇼케이스 2026' 발표, 글로벌 미팅
2026~2027 IND 준비 GMP 공정 수립, 독성·PK/PD, 규제기관 협의
2028(목표) 임상 1상 글로벌 임상 1상 진입 목표
이후 임상 2·3상 유효성·안전성 확대 검증(수년 소요)
미정 허가·시판 임상 결과에 따라 결정

이 표에서 반드시 눈여겨보셔야 할 부분은 맨 아래 두 줄입니다. '미정'이라고 적혀 있어요. 이건 회사가 정보를 숨겨서가 아니라, 이 단계의 어떤 회사도 정직하게는 그 시점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8년 임상 1상 진입이 무슨 뜻인가요

이 부분은 오해가 가장 많이 생기는 지점이라 따로 한 섹션을 할애할게요.

"2028년 임상 진입 목표"라는 뉴스를 보면, 많은 분들이 "2028년쯤 되면 치료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임상시험은 보통 세 단계로 나뉩니다. 1상은 소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주로 안전성과 적정 용량을 확인합니다. 참여 인원이 수십 명 수준이고, 기간은 1~2년 정도예요. 2상은 좀 더 많은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지, 어느 용량이 최적인지를 봅니다. 2~3년 걸립니다. 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 또는 위약과 비교해 효과를 증명합니다. 3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고, 안과 질환처럼 진행이 느린 병은 관찰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다음 허가 신청과 심사에 1~2년, 허가 후 보험 급여 결정과 실제 처방까지 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2028년에 임상 1상을 시작한다면,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매우 낙관적인 가정 하에서도 실제 환자가 병원에서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은 2030년대 중후반이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게 순조롭게'라는 가정은 신약 개발에서 거의 실현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2028년 임상 진입 자체도 목표이지 확정이 아닙니다. 전임상 단계에서 독성이 발견되거나, 생산 공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자금 조달이 지연되면 미뤄집니다. 바이오 업계에서 임상 진입 목표 시점이 1~3년 늦춰지는 건 흔한 일이에요.

이 이야기를 굳이 강조하는 건 실망을 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정확한 기대치를 갖는 것이 결국 환자와 가족에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과장된 기대는 검증 안 된 시술에 돈을 쓰게 만들거나, 지금 해야 할 관리를 소홀하게 만듭니다.

환자 견 모델 —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연 발병 실험

전임상 단계에서 셀리아즈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도된 작업 중 하나가 '자연 발병 환자 견(dog model)'에서의 유효성 평가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설명드릴게요.

생쥐 실험의 가장 큰 한계는 눈의 구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생쥐 눈은 아주 작고, 결정적으로 황반과 중심와가 없습니다. 야행성 동물이라 간상세포 위주로 되어 있어서, 사람이 글자를 읽는 데 쓰는 고해상도 원추세포 시각을 재현하지 못해요. 게다가 실험용 생쥐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모델이라 실제 질병과 미묘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개는 이런 면에서 훨씬 좋은 모델입니다. 첫째, 눈 크기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라 실제 임상에서 쓸 주사 용량과 기구를 그대로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예요. 생쥐 눈에 넣을 수 있는 약물의 양과 사람 눈에 넣을 양은 수백 배 차이가 나니까요. 둘째, 개에게는 사람과 유사한 유전성 망막질환이 자연적으로 발생합니다. 특정 견종에서 진행성 망막위축(PRA)이라는 병이 알려져 있는데, 원인 유전자가 사람의 망막색소변성증과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 발병'이라는 표현이 핵심이에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병이 아니라, 실제로 그 병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질병의 진행 양상, 조직 반응, 개체 간 변이 같은 것들이 실제 환자 상황에 훨씬 가깝습니다.

실제로 럭스투르나의 개발 과정에서도 RPE65 변이를 가진 브리아드 종 개에서의 성공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 개들이 다시 앞을 보게 된 데이터가 사람 임상시험을 정당화했어요. 그래서 안과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개 모델은 사실상 표준 관문으로 여겨집니다.

영장류 시험 준비 — 안전성, 독성, PK/PD

보도에 따르면 셀리아즈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독성 시험과 PK/PD 평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장류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원숭이 눈에는 사람처럼 황반과 중심와가 있어요. 시각의 핵심인 고해상도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그 구조를 가진 실험동물은 영장류뿐입니다. 그래서 "치료가 황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사람 이전에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예요.

PK/PD가 무슨 말인지도 짚고 갈게요. PK는 약동학(pharmacokinetics)으로, 약이 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봅니다. 눈에 주사한 약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망막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혈액으로 얼마나 빠져나가서 전신에 노출되는지 같은 것들이에요. PD는 약력학(pharmacodynamics)으로, 약이 실제로 표적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봅니다. PROX1이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같은 것들이죠.

특히 이 치료에서 PK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다룰 부작용 우려와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PROX1은 림프관, 간, 췌장 등 여러 장기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눈에 넣은 항체가 눈 안에만 머문다면 전신 영향은 최소화되지만, 상당량이 혈류로 빠져나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얼마나 눈 안에 갇혀 있는가"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안전성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독성 시험은 규제기관이 임상시험 승인(IND)을 내주기 위해 요구하는 필수 자료입니다. GLP라는 엄격한 기준을 따르는 전문 기관에서 수행해야 하고,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듭니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어요.

CDMO와 GMP: 약을 '만들 수 있게' 만드는 일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 의외로 많은 프로젝트가 좌초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기전도 맞고 동물 실험도 성공했는데, "그 약을 사람에게 쓸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가 없어서" 멈추는 경우예요.

실험실에서 만드는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벡터는 아주 소량입니다. 그런데 임상시험에 쓰려면 훨씬 많은 양을, 배치마다 똑같은 품질로, 불순물과 오염 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 기준이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예요. 시설, 공정, 기록, 검증까지 전부 규정에 맞춰야 하고, 설비 구축에만 수백억 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바이오 스타트업은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와 손을 잡습니다. 생산 전문 기업이 개발 단계부터 공정을 설계하고, GMP 시설에서 임상용 물질을 만들어주는 방식이에요. 보도에 따르면 셀리아즈도 글로벌 CDMO와 세포주 개발 및 GMP 공정 수립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포주 개발'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항체 같은 단백질 의약품은 화학 합성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세포가 만듭니다. 보통 CHO 세포(중국 햄스터 난소 세포)를 씁니다. 이 세포에 항체 유전자를 넣고, 생산성이 높고 안정적인 세포를 선별해서 세포주(cell line)를 만들어요. 이 과정이 1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AAV 벡터의 경우는 또 다른 생산 시스템이 필요하고, 수율 확보가 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임상 단계에서 이 작업을 병행한다는 건 회사가 임상 진입을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논문만 내고 마는 프로젝트와는 다른 궤도라는 뜻이에요.

JPM 주간과 바이오 쇼케이스 2026

2026년 1월, 셀리아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 쇼케이스 2026'에서 기술과 개발 로드맵을 발표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행사가 열린 시기가 이른바 'JPM 주간'입니다. 매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로, 글로벌 제약사 경영진, 벤처캐피털, 기관투자자가 한자리에 모입니다. 이 주간 동안 샌프란시스코 시내 호텔들이 온통 바이오 미팅으로 채워지고, 한 해의 기술이전과 투자 방향이 사실상 여기서 갈린다고들 이야기해요.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게 이 주간은 특히 중요합니다. 국내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결국 신약이 되려면 글로벌 자본과 파트너십이 필요하거든요. 대규모 임상시험 비용은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셀리아즈는 이 기간 동안 글로벌 제약사들과 1:1 미팅을 진행하며 파트너십과 투자 논의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초기 단계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실질적 논의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 자체가 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어요.

다만 한 가지 감안할 점은, JPM 주간의 미팅이 곧 계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수많은 기업이 미팅을 하고, 그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건 일부입니다. 이후 실사(due diligence) 과정에서 데이터가 검증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산되는 경우도 많아요.

사이언스 코퍼레이션, UCSF, 그리고 로슈

같은 기간의 활동 중 몇 가지가 눈에 띕니다.

먼저 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oration) 방문입니다. 이 회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시각 회복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으로, 특히 광전 방식 망막 임플란트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셀리아즈는 이 회사를 방문해 기술 융합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융합'이라는 표현이 흥미로워요. 재생 치료와 임플란트는 언뜻 경쟁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합할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생 치료로 망막의 신경 조직을 어느 정도 살려낸 뒤, 남은 기능 부족분을 임플란트로 보완하는 그림이 가능해요. 혹은 임플란트가 자극할 신경세포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재생 치료가 그 세포를 확보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안과 조교수 타이슨 김(Tyson Kim) 박사와 공동연구를 논의했다고 전해집니다. UCSF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의과대학이고, 안과 분야에서도 강한 연구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 임상 연구자와의 네트워크는 향후 글로벌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실질적인 자산이 됩니다.

세 번째로, 로슈(Roche)를 비롯한 글로벌 안과 선도 제약사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로슈는 자회사 제넨텍을 통해 안과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는 회사예요. 이런 기업들이 초기 단계 기술을 검토한다는 건 시장의 관심을 보여주지만, 반복해서 말씀드리면 검토가 곧 계약은 아닙니다.

액셀을 밟는 방식과 브레이크를 푸는 방식의 대비

이 글은 3부작 시리즈입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전체 목록과 면책 안내는 3편에 정리해 두었어요.


👉 다음 편 예고 — 3편에서는 이 기술을 개발 중인 (주)셀리아즈의 상용화 로드맵, 경쟁 기술과의 비교, 냉정하게 짚어야 할 한계, 그리고 환자·보호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10가지와 FAQ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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