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심전도를 손목에서 추론합니다 — 갤럭시워치에 들어갈 xMAE와 HiMAE
심전도를 재려면 보통 손목에 손가락을 올리고 몇십 초를 기다려야 합니다. 삼성리서치가 8월 14일에 공개한 두 모델은 그 과정을 없애려 합니다. 손목에서 늘 측정되는 광혈류 신호만으로 심전도가 담고 있던 정보를 추론하고, 그 계산을 클라우드가 아니라 시계 안에서 1밀리초도 안 되는 시간에 끝냅니다.

손목 위에서 다 끝내겠다는 선언
웨어러블 건강 기능은 지금까지 대체로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시계가 숫자를 재서 보여 주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숫자를 서버로 보내 분석 결과를 되받는 것입니다. 삼성이 내놓은 것은 세 번째 갈래에 가깝습니다. 시계가 신호를 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신호가 무엇을 뜻하는지까지 기기 안에서 판단합니다.
발표의 무게는 기능이 아니라 위치에 있습니다. 판단하는 자리가 서버에서 손목으로 내려왔다는 것이 이 발표의 핵심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8월 14일 삼성리서치가 공개한 것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의 디지털 헬스 팀이 웨어러블 생체신호를 학습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두 개를 공개했습니다. 이름은 각각 xMAE와 HiMAE입니다. 대상은 스마트워치가 수집하는 심장 활동, 수면, 신체 활동 데이터입니다.
두 모델은 제품 발표가 아니라 연구 성과 발표로 나왔습니다. xMAE는 머신러닝 학회 ICML에, HiMAE는 표현학습 학회 ICLR에 각각 채택됐습니다. 즉 사내 자료로만 도는 수치가 아니라 동료 연구자들의 심사를 통과한 결과입니다.

생체신호란 무엇인가 — PPG와 ECG의 차이부터
여기서 두 약자가 계속 나오므로 먼저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PPG는 광혈류측정입니다. 시계 뒷면의 초록 불빛이 피부를 비추고, 혈액이 빛을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재서 맥박을 읽습니다. 별도의 동작 없이 하루 종일 잽니다.
ECG는 심전도입니다. 심장이 뛸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직접 잽니다.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훨씬 정확하게 담고 있어 부정맥 같은 문제를 잡아내는 데 쓰입니다. 대신 몸의 두 지점 사이에 전위차를 만들어야 해서, 시계에서는 손가락을 반대편 손목의 버튼이나 테두리에 대고 있어야 측정됩니다.
왜 PPG는 쉽고 ECG는 어려운가
차이는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행동의 양입니다. PPG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자는 동안에도, 걷는 동안에도 계속 쌓입니다. ECG는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자세를 잡아야 하므로 하루에 한 번 재면 많이 재는 편입니다.
그래서 정보량이 많은 쪽은 ECG인데 데이터가 많은 쪽은 PPG라는 어긋남이 생깁니다. 이번 연구가 겨냥한 지점이 정확히 이 어긋남입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헬스케어로 들어온다는 뜻
파운데이션 모델은 특정 과제 하나를 풀도록 훈련한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의 일반적인 구조를 먼저 익힌 뒤 여러 과제에 갖다 쓰는 모델입니다. 언어 모델이 이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제 생체신호에도 같은 방식이 들어온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느냐면, 새 기능을 만들 때마다 라벨이 붙은 데이터를 처음부터 모을 필요가 줄어듭니다. 이미 신호의 구조를 아는 모델 위에 얇은 층 하나를 얹어 조정하면 됩니다.
xMAE — 가려진 심전도를 광혈류로 되살리는 훈련법
xMAE의 훈련 방식은 이렇습니다. 심전도와 광혈류를 동시에 측정한 데이터를 준비한 뒤, 심전도 신호의 일부를 일부러 가립니다. 그리고 모델에게 광혈류 신호를 보고 가려진 심전도 부분을 복원하게 시킵니다.
이 과제를 반복해서 잘 풀게 되면, 모델은 두 신호가 시간 축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익히게 됩니다. 심장의 전기 활동과 손목에서 잡히는 광학적 맥박 사이의 대응 관계가 모델 안에 들어앉는 것입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심전도 없이 광혈류만으로도 심혈관 관련 특징을 뽑아낼 수 있게 됩니다.

9400시간이라는 학습량의 무게
삼성은 xMAE를 약 9400시간 분량의 심전도·광혈류 동시 측정 데이터로 사전학습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를 꼬박 채워도 1년이 8760시간이니, 사람 한 명이 1년 넘게 두 신호를 동시에 측정한 분량에 해당합니다.
생체신호에서 동시 측정 데이터는 구하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두 장비를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에게 붙여야 하고, 그 시간이 정확히 정렬돼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규모 자체가 진입 장벽 역할을 합니다.
19개 과제 중 15개에서 앞섰다는 성적표
평가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온 점이 이번 발표의 강점입니다. xMAE는 19개 평가 과제 가운데 15개에서 단일 신호만 쓰는 모델과 기존 멀티모달 학습 방법을 모두 앞섰습니다.
과제 목록에는 심혈관 질환 예측, 이상 검사 결과 탐지, 수면 단계 분류가 포함돼 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19개 중 15개라는 표현입니다. 전부 이겼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네 과제에서는 기존 방법이 여전히 낫다는 뜻이고, 이런 식으로 지는 쪽을 밝히는 발표가 대체로 더 믿을 만합니다.

HiMAE — 시간 척도를 계층으로 쪼개는 접근
두 번째 모델 HiMAE는 다른 문제를 풉니다. 이름의 Hi는 계층을 뜻합니다. 웨어러블에서 나오는 시계열 데이터가 여러 시간 척도에 걸쳐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심박은 초 단위로 변합니다. 수면 단계는 분 단위로 바뀝니다. 활동량 패턴은 시간 또는 날 단위로 드러납니다. 하나의 척도만 보면 나머지가 흐려집니다. HiMAE는 이 척도들을 계층으로 나눠 동시에 학습합니다.
1밀리초 미만, 그것도 스마트워치 CPU에서
HiMAE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속도입니다. 삼성은 ICLR 2026에 낸 논문에서 HiMAE가 스마트워치 CPU에서 1밀리초 미만에 생체신호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용 가속기가 아니라 시계에 들어 있는 일반 CPU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 속도를 내면서도, 여러 벤치마크에서 자기보다 큰 비교 모델들을 앞섰다고 보고했습니다. 작아서 빠른 대신 성능을 포기한 구조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온디바이스가 클라우드보다 중요한 이유
계산을 기기 안에서 끝내면 세 가지가 달라집니다.
첫째, 통신이 끊겨도 작동합니다. 지하철, 등산로, 비행기 안에서도 분석이 멈추지 않습니다. 건강 신호는 하필 그런 순간에 이상해지기도 합니다.
둘째, 지연이 사라집니다. 서버 왕복이 없으니 신호가 들어온 즉시 판단이 나옵니다.
셋째, 데이터가 기기를 떠나지 않습니다. 이 세 번째가 건강 데이터에서는 가장 무겁습니다.
프라이버시 — 심장 데이터가 서버로 안 올라간다는 것
심박 패턴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언제 잠들었는지, 언제 긴장했는지, 회복이 얼마나 되는지가 담깁니다. 이 데이터가 서버에 쌓이면 관리 주체가 늘고, 유출 경로도 늘고, 동의 범위를 둘러싼 분쟁도 늘어납니다.
원본 신호가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는 구조는 이 문제들을 상당 부분 앞단에서 없앱니다. 유출될 수 없는 데이터가 가장 안전한 데이터라는 오래된 원칙 그대로입니다.

배터리와 발열이라는 현실의 벽
다만 온디바이스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계산을 시계가 하면 전력을 시계가 씁니다. 스마트워치의 배터리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고, 발열은 손목에 직접 닿습니다.
1밀리초라는 수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론이 짧게 끝날수록 깨어 있는 시간이 줄고, 그만큼 전력과 열이 덜 발생합니다. 성능 수치가 아니라 배터리 수명을 위해 필요한 숫자이기도 한 셈입니다.
ICML과 ICLR 채택이 말해 주는 것
기업 연구 발표는 대체로 자사에 유리하게 정리됩니다. 그래서 외부 검증이 붙었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xMAE는 ICML에, HiMAE는 ICLR에 채택됐습니다. 두 곳 모두 머신러닝 분야에서 심사가 까다로운 학회입니다. 채택이 성능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실험 설계와 비교 대상이 자의적이지 않다는 확인은 됩니다.

마스크드 오토인코더라는 오래된 아이디어의 재활용
두 모델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간 MAE는 마스크드 오토인코더를 뜻합니다. 입력의 일부를 가리고 원래대로 복원하게 시키는 학습 방식으로, 이미지와 언어 분야에서 먼저 자리 잡았습니다.
이 방식의 매력은 라벨이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정답을 사람이 붙여 주지 않아도, 가린 부분 자체가 정답 역할을 합니다. 의료 데이터처럼 전문가가 라벨을 붙여야 해서 비싼 영역에서는 이 성질이 특히 큽니다.
멀티모달 학습이 단일 신호를 이기는 지점
xMAE가 단일 신호 모델을 앞선 이유는 결국 서로 다른 신호가 서로를 보완하기 때문입니다. 광혈류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고, 심전도만 보면 데이터가 모자랍니다. 둘의 관계를 학습해 두면 하나만 있어도 다른 하나가 담고 있던 정보의 일부를 끌어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멀티모달 학습이 잘 통하는 전형적인 조건입니다. 두 신호가 같은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관측하고 있을 때입니다. 심장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전기와 빛이라는 두 창으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사례 — 심혈관 질환 예측은 어디까지 왔나
평가 과제에 포함된 심혈관 질환 예측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짚어 두겠습니다. 여기서 예측은 진단이 아닙니다. 의료기기가 병을 진단하는 것과, 소비자 기기가 위험 신호를 감지해 병원에 가 보라고 권하는 것은 규제상 완전히 다른 행위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현실적인 쓸모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손목에서 늘 잡히는 신호로 이상 가능성을 먼저 알아채고, 확인은 병원에서 하는 흐름입니다.
실제 사례 — 수면 단계 분류와 일상의 변화
수면 단계 분류는 이미 여러 스마트워치가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정확도 편차가 큽니다. 정밀한 수면 측정은 원래 여러 센서를 몸에 붙이고 검사실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는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손목 신호만으로 이 분류를 개선하면, 수면 문제를 오래 방치하다 뒤늦게 검사받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면은 이상을 스스로 알아채기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입니다.

실제 사례 — 이상 검사 결과를 미리 짚어내기
세 번째 과제인 이상 검사 결과 탐지는 조금 낯선 이름입니다. 혈액 검사 같은 임상 검사에서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웨어러블 신호로 미리 가늠하는 과제입니다.
이것이 되면 검사 주기를 사람마다 다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간격으로 검사받는 대신, 신호가 흔들리는 사람이 먼저 검사받는 방식입니다.
저시력·고령 사용자에게 특히 의미가 큰 이유
이 부분은 SVIL이 계속 들여다보는 지점이라 따로 적습니다. 화면을 읽기 어려운 사용자에게 웨어러블 건강 기능의 문턱은 대체로 측정 절차에 있습니다. 심전도를 재려면 작은 버튼 위치를 찾아 손가락을 정확히 대고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시력 사용자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장벽입니다.
측정 행위 없이 상시 신호만으로 판단이 나오는 구조는 이 장벽을 통째로 없앱니다. 접근성 기능을 따로 붙여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되는 동작이 사라져서 해결되는 유형입니다. 이런 개선이 대체로 더 오래갑니다.

애플·구글과 나란히 놓으면 어디쯤인가
웨어러블 건강 경쟁은 삼성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같은 주에 구글은 자사 AI 건강 코치가 애보트의 연속혈당측정 데이터를 받아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향은 명확히 다릅니다.
구글 쪽은 외부 센서를 붙여 데이터 종류를 늘리는 접근이고, 삼성 쪽은 이미 있는 센서에서 더 많은 정보를 뽑아내는 접근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병목을 다르게 잡은 것입니다.
의료기기 규제라는 넘어야 할 산
이 기술이 실제 제품이 되려면 규제를 통과해야 합니다. 심전도 기능이 스마트워치에 들어올 때도 각국 인허가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광혈류로 심전도를 추론하는 기능은 그보다 심사가 까다로울 가능성이 큽니다.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니라 추론한 값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문이 나왔다고 곧 기능이 켜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성과와 출시 사이의 간격은 이 분야에서 대개 몇 년 단위입니다.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것들
남은 질문도 분명합니다.
학습 데이터의 인구 구성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생체신호 모델은 연령, 성별, 피부톤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광혈류는 특히 피부톤 영향을 받습니다.
또 19개 중 4개에서 뒤진 과제가 무엇인지, 왜 뒤졌는지도 요약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갤럭시워치 어느 모델부터 이 계산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갤럭시워치 사용자가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것
정리하면 지금 시점에서 사용자가 기대할 것은 새 기능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삼성은 7월 갤럭시 언팩의 헬스 포럼에서 예방 중심의 연결된 케어라는 방향을 제시했고, 이번 두 모델은 그 방향을 뒷받침하는 기술 근거에 해당합니다.
당장 시계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추가될 건강 기능이 서버를 거치지 않고, 별도 측정 동작을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갈 가능성은 이번 발표로 꽤 높아졌습니다.

핵심 정리
세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첫째, 삼성리서치가 웨어러블 생체신호 파운데이션 모델 두 개를 공개했습니다. xMAE는 광혈류로 심전도 정보를 추론하고, HiMAE는 여러 시간 척도를 계층으로 학습합니다.
둘째, 숫자가 구체적입니다. 9400시간 사전학습, 19개 과제 중 15개 우위, 스마트워치 CPU에서 1밀리초 미만 추론이며, 두 논문은 ICML과 ICLR에 채택됐습니다.
셋째, 의미는 성능보다 위치에 있습니다. 판단이 서버가 아니라 손목에서 이뤄지면 프라이버시와 접근성이 함께 좋아집니다. 다만 규제와 데이터 구성 공개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참고하실 만한 것
웨어러블 건강 데이터를 직접 다뤄 보고 싶다면, 지금 쓰는 시계가 원본 신호를 내보내 주는지부터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 기기는 가공된 요약값만 내보내고 원본 파형은 주지 않습니다. 이 차이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가릅니다.
SVIL은 저시력 접근성과 로컬 우선 처리를 함께 놓고 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처럼 계산이 기기 안으로 내려오는 흐름은 두 주제가 만나는 자리라, 앞으로도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출처
- Samsung Global Newsroom — From Biosignals to Health Insights: Samsung Research's Work on Health Foundation Models
- AI News — Samsung health AI models analyse wearable biosignal data
- Samsung Mobile Press — Samsung Research: Biosignals to Health Insights
- TechBuzz — Samsung's On-Device Health AI Runs in Under 1 Millisecond
- TechBuzz — Samsung Unveils On-Device Health AI Models for Wearables
- eWeek — Samsung's Health AI Runs Directly on Smartwatches
- Kingy AI — Samsung's New Health AI Wants Your Smartwatch to Understand Your Body
- Sammy Fans — Samsung develops two new AI models for Galaxy w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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