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가 설계한 단백질이 실험실에서 붙었습니다 — 15개 표적 중 14개, 적중률 26.8%

클로드가 설계한 단백질이 실험실에서 붙었습니다 — 15개 표적 중 14개, 적중률 26.8%

앤스로픽이 8월 20일 실험 결과 하나를 내놨습니다. 클로드가 스스로 설계한 단백질을 실제 실험실에서 만들어 붙여봤더니, 표적 15개 중 14개에서 작동하는 결합체가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검증은 앤스로픽이 아니라 바깥의 두 회사가 따로 했습니다. 발표 자료가 아니라 웻랩 데이터가 붙어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AI 신약 소식과는 결이 다릅니다. 무엇이 나왔고 무엇이 아직 아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로 맞물리는 홈을 가진 두 어두운 덩어리가 정확히 겹쳐지며 이음매에서 뿜어나오는 청록 빛 — 단백질 결합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15개 표적 중 14개

먼저 결론부터 보겠습니다. 클로드는 15개의 표적 단백질을 상대로 결합체를 설계했고, 그중 14개에서 실제로 붙는 물질을 만들어냈습니다. 실패한 것은 하나입니다.

여기서 성공이란 컴퓨터 예측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실제로 만들어 측정했을 때 붙었다는 뜻입니다. 이 구분이 이 소식의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단백질 결합체가 무엇인가

결합체는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도록 만든 또 다른 단백질입니다. 열쇠와 자물쇠 관계를 떠올리시면 가깝습니다. 표적의 표면 모양에 딱 맞물리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붙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는 안 붙고 그것에만 강하게 붙어야 쓸모가 있습니다.

어두운 정육면체 표면의 파인 자리에 단단히 눌러 박힌 작은 청록 정육면체 — 표적에 붙은 결합체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약이 듣는다는 것의 의미

많은 약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몸 안의 특정 표적에 붙어서 그 기능을 막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약 개발의 첫 단계는 표적에 단단히 붙는 분자를 찾아내는 일이 됩니다.

이 첫 단계가 막히면 그 뒤 과정은 시작조차 못 합니다. 그만큼 병목이 큰 구간입니다.

지금까지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렸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작업은 표적 하나당 전문가 여러 명이 몇 주에서 몇 달을 붙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설계하고, 만들고, 측정하고, 다시 설계하는 순환을 반복합니다.

비용도 시간도 크게 듭니다. 그래서 자동화 여지가 크다고 오래 이야기돼 온 영역입니다.

넓게 흩어진 수많은 흐린 조각들 가운데 몇 개만 청록으로 타오르는 모습 — 다수의 설계 중 극소수의 성공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이번에 한 일 — 1320개 설계

이번 실험에서 평가 대상이 된 설계는 총 1320개입니다. 15개 표적에 나눠 걸린 숫자입니다. 클로드가 후보를 만들고, 순위를 매기고, 최종 목록을 뽑는 과정까지 담당했습니다.

사람이 후보를 골라주고 AI가 다듬은 구조가 아니라, 파이프라인 전체를 모델이 돌린 형태라는 점이 이번 발표의 주장입니다.

354개가 실제로 붙었습니다

1320개 가운데 실험실에서 결합이 확인된 것은 354개였습니다. 나머지는 붙지 않았거나 측정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354라는 절대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예측치가 아니라 측정치라는 점입니다.

훨씬 큰 흐린 덩어리 위로 높이 떠오른 작고 밝은 청록 정육면체 세 개 — 평균을 웃도는 적중률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26.8%라는 적중률

354를 1320으로 나누면 약 26.8%가 나옵니다. 표적별로 보면 22%에서 35% 사이에 분포합니다.

네 개를 만들면 하나쯤은 실제로 붙었다는 뜻입니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 기준으로는 낮은 숫자가 아닙니다.

업계 평균 10~15%와의 거리

앤스로픽은 통상적인 단백질 설계 캠페인의 성공률을 10~15% 정도로 제시했습니다. 그 기준에 대면 이번 결과는 두 배 안팎입니다.

다만 비교 기준 자체가 회사가 제시한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서 보셔야 합니다. 표적 난이도와 측정 조건에 따라 성공률은 크게 흔들립니다.

무수한 청록 조각이 빽빽하게 뭉쳐 이룬 둥근 무리 — 1320개의 설계 후보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누가 검증했나 — 어댑티브 바이오와 트위스트

검증은 앤스로픽이 하지 않았습니다. 어댑티브 바이오와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라는 두 곳의 계약 실험실이 맡았습니다. 둘 다 비용을 받고 실험을 대행하는 회사입니다.

두 회사는 클로드가 낸 서열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합성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결합 여부와 세기를 쟀습니다.

서로의 데이터를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설계가 특히 신경 쓴 대목이 여기입니다. 두 실험실은 서로의 측정 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서열이 어떤 모델에서 나왔는지, 어느 캠페인의 몇 번째 후보인지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측정했습니다.

즉 실험자가 결과를 알고 무의식적으로 유리하게 다루는 상황을 차단했습니다.

느슨한 원을 이루며 늘어선 밝은 정육면체들과 그 사이 완전히 어두운 하나 — 열다섯 중 하나의 실패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왜 이 검증 설계가 중요한가

AI 과학 성과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자기가 만든 것을 자기가 채점한다는 점입니다. 벤치마크를 만든 쪽이 그 벤치마크에서 좋은 점수를 냅니다.

이번 건은 측정 자체를 외부에 맡기고, 두 곳이 서로 다른 분자 형식과 실험 조건으로 따로 쟀습니다.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더라도, 검증 구조 자체는 지금까지 나온 것들보다 촘촘합니다.

TREM2에서 나온 80%

표적별로 보면 편차가 큽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TREM2입니다. 클로드가 설계한 90개 중 72개가 붙었습니다. 적중률로는 80%입니다.

다른 표적들의 20~30%대와 비교하면 확연히 높습니다.

같은 어두운 덩어리를 양쪽에서 각각 감싼 두 개의 청록 고리 — 두 곳의 독립 검증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알츠하이머 연구와의 접점

TREM2는 뇌의 면역세포에서 작동하는 수용체로,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오래 주목받아 온 표적입니다. 이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는 일이 하나의 연구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표적에서 나온 숫자가 특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결합체가 만들어졌다는 것과 약이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표적에서 이전 대회는 38.3%였습니다

어댑티브 바이오는 이전에 같은 TREM2를 놓고 공개 경진대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가자들이 낸 설계의 적중률은 38.3%였습니다.

같은 표적, 같은 실험실 기준에서 80%가 나왔으니 비교 대상이 있는 숫자입니다. 조건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허공에 뜬 수치는 아닙니다.

서로 닿지 않는 두 개의 청록 고리에 둘러싸인 어두운 정육면체 —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은 검증 구조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3.9나노몰라라는 결합 세기

붙었다는 사실만큼 얼마나 단단히 붙었는지도 중요합니다. 클로드의 최고 설계는 약 3.9나노몰라 수준으로 결합했습니다.

나노몰라는 값이 작을수록 더 강하게 붙는다는 뜻입니다.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결합이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대회 우승작보다 열 배 단단했습니다

이 3.9나노몰라는 앞서 언급한 경진대회 우승 설계보다 약 열 배 강한 결합입니다. 적중률뿐 아니라 품질 쪽에서도 앞섰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최고 성적 하나를 대표값으로 삼는 것은 조심할 부분입니다. 분포 전체를 봐야 실력이 보입니다.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실낱같은 이음매 하나뿐일 만큼 꼭 맞물린 청록과 어두운 덩어리 — 단단한 결합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자율 실행이라는 부분

앤스로픽이 강조한 또 하나는 실행 방식입니다. 사람이 지시를 나눠 주고 중간중간 판단해 주는 형태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계산 설계 파이프라인 전체를 돌렸다고 밝혔습니다.

도구를 고르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정하는 일련의 흐름을 모델이 이어 나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중간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실행 중에는 과학적 지도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설명입니다. 물론 처음 문제를 정의하고 표적을 고른 것은 사람입니다. 완전한 무인은 아닙니다.

이 표현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각자 판단할 몫입니다만, 적어도 결과물인 서열은 실험실에서 그대로 검증됐습니다.

옆에 떠 있는 흐린 세 덩어리를 압도하며 빛나는 청록 정육면체 — 표적 하나에서 나온 높은 적중률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실패한 두 가지 — MBP와 BBF-14

실패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말토스 결합 단백질에서는 확인된 결합체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합성 단백질인 BBF-14에서는 결합이 확인되긴 했지만 세기가 약했습니다.

말토스 결합 단백질은 표면이 매끈해서 붙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표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실패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성공 사례만 실린 발표보다, 어디서 안 됐는지가 함께 나온 발표가 읽기 편합니다. 실패한 표적의 성격을 보면 이 방법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면에 뚜렷한 홈이 있는 표적에는 잘 통하고, 매끈한 표적에는 아직 약하다는 그림이 보입니다.

하나의 큰 어두운 덩어리를 향해 빠르게 몰려드는 무수한 작은 청록 조각 — 반복 설계 과정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분석화학 쪽 결과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 발표에는 단백질 설계 말고 분석화학 항목도 들어 있습니다. 실험 장비가 뱉어낸 원시 데이터를 모델이 직접 해석하게 한 실험입니다.

화학 실험실에서 사람이 시간을 많이 쓰는 작업 중 하나가 이 데이터 판독입니다.

NMR 23분, LC-MS 19분

핵자기공명 데이터는 23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 데이터는 19분 만에 처리했습니다. 사람이 하면 훨씬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시간 단축 자체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원시 신호를 다뤘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어두운 덩어리에서 넓은 곡선을 그리며 멀어지는 청록 정육면체 — 붙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후보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순도 0.1% 차이라는 뜻

결과의 정확도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순도 판정이 해당 실험실이 자체적으로 낸 값과 0.1% 이내로 일치했습니다.

측정값을 그럴듯하게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 값에 붙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도 표본이 넓지 않은 사례 보고입니다.

생물보안이라는 반대편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단백질을 잘 설계하는 능력은 방향을 뒤집으면 위험해집니다. 붙는 물질을 잘 만드는 능력은 해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앤스로픽 스스로 이 점을 발표에 함께 적었습니다. 자율성이 올라갈수록 접근 통제와 전문가 감독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이음매 없이 하나의 덩어리로 녹아든 두 개의 청록 정육면체 — 매우 강한 결합력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가장 강한 모델에서는 아직 막혀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는 가장 강력한 모델에서 일부 생명과학 작업을 여전히 차단해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위험 요청을 걸러내는 분류기가 앞단에서 작동합니다.

즉 이번에 보여준 능력이 그대로 일반 사용자에게 열려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심사를 거친 연구자에게만 여는 방향

대신 준비 중인 것이 심사를 통과한 연구자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회사는 이것을 우선순위 높은 과제로 두고 있으며 곧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능력을 열되 아무에게나 열지는 않겠다는 절충안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심사할지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모든 모서리와 꼭짓점에서 강렬한 청록 빛이 새어 나오는 어두운 정육면체 — 원시 데이터 해석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발표가 곧 제품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선을 하나 그어두겠습니다. 이번 결과는 표적에 붙는 단백질을 설계했다는 것이지, 약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붙는 물질이 몸 안에서 안전한지, 원하는 곳까지 가는지, 오래 남는지는 전부 별개의 관문입니다. 그 관문에서 대부분이 탈락합니다. 오늘 확인된 것은 첫 단계가 빨라졌다는 사실까지입니다.

핵심 정리

앤스로픽이 8월 20일, 클로드가 자율적으로 설계한 단백질 결합체의 실험실 검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표적 15개 중 14개에서 결합체를 확보했고, 설계 1320개 중 354개가 실제로 붙어 적중률 약 26.8%를 기록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업계 통상치 10~15%의 두 배 안팎입니다.

검증은 어댑티브 바이오와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가 서로의 데이터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각자 수행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연구 표적인 TREM2에서는 90개 중 72개가 붙어 80%를 기록했고, 같은 표적의 이전 공개 대회 성적은 38.3%였습니다. 최고 설계의 결합 세기는 약 3.9나노몰라로 대회 우승작의 열 배 수준이었습니다.

실패도 공개됐습니다. 말토스 결합 단백질에서는 결합체가 나오지 않았고 합성 단백질 BBF-14에서는 결합이 약했습니다. 분석화학 쪽에서는 NMR 23분, LC-MS 19분에 원시 데이터를 처리했고 순도는 실험실 자체 판정과 0.1% 이내로 맞았습니다. 다만 이 능력은 가장 강한 모델에서 아직 차단돼 있고, 심사를 거친 연구자에게 여는 프로그램이 준비 중입니다.

어두운 덩어리를 통과해 반대편에서 크게 약해져 나오는 좁은 청록 광선 — 통제된 접근 권한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참고하실 만한 것

AI 과학 성과 소식을 보실 때는 검증을 누가 했는지 한 줄만 확인해 보시면 신뢰도가 크게 갈립니다. 만든 곳이 직접 채점했는지, 바깥의 실험실이 서열을 그대로 받아 측정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이번 건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SVIL 연구소는 AI 소식을 저시력 환경에서도 편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큰 글자와 고대비로 정리해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더 풀어서 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면 알려 주세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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