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초 및 활용 5회: 지식 표현과 논리 — 기계에게 상식을 가르치는 법
오늘의 질문 — 펭귄은 새인데, 왜 날지 못할까요
지난 회차 마지막에 제가 이상한 문장 세 줄을 남겨뒀어요.
새는 납니다. 펭귄은 새입니다. 그런데 펭귄은 날지 못합니다.
사람은 이 세 줄을 읽고 아무렇지 않아요. 다섯 살 아이도 "펭귄은 좀 특별한 새잖아요"라고 대답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컴퓨터에게 이 세 줄은 재앙이에요.
앞의 두 줄에서 "펭귄은 난다"가 따라 나오고, 세 번째 줄이 그걸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논리 체계 안에 모순이 하나 생기면, 그 체계에서는 무엇이든 증명할 수 있게 돼요. 펭귄이 난다는 것도, 달이 치즈로 만들어졌다는 것도요.
오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사람이 아무 노력 없이 처리하는 이 "예외"를, 기계에게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이 질문이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AI 연구자들을 붙잡았습니다. 수십억 달러짜리 산업을 만들었다가 무너뜨렸고, 그리고 2026년 지금 다시 돌아왔어요.
지난 회차 연결 — 탐색이 다리라면 지식은 머리입니다
4회차에서 우리는 기계가 길을 찾는 법을 봤어요. 문제를 상태 공간으로 바꾸고, 너비 우선과 깊이 우선으로 훑고, 휴리스틱으로 지름길을 잡고, 미니맥스로 상대의 수를 읽었죠.
그런데 탐색에는 큰 전제가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이미 안다는 전제요. 미로에서는 벽과 통로가 주어져 있었고, 체스에서는 말의 이동 규칙이 주어져 있었어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환자에게 어떤 약을 줄까"라는 문제에는 미리 그려진 지도가 없어요. 지도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그 지도가 바로 지식이에요.
탐색이 다리였다면 오늘 다룰 지식 표현은 머리입니다. 그리고 이 회차는 제1부 「AI의 뿌리」의 마지막이에요. 다음 회차부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기계가 스스로 배우는 시대로 넘어갑니다.

데이터, 정보, 지식 — 세 층의 차이
"37.8"이라는 숫자가 있어요. 이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게 데이터예요.
여기에 맥락을 붙여봅시다. "환자의 체온이 섭씨 37.8도다." 이제 무언가를 가리키게 됐어요. 이게 정보입니다.
한 걸음 더 갑니다.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발열로 보고, 발열이 사흘 이상 이어지면 감염을 의심한다." 이건 개별 사실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반복해서 적용할 수 있는 판단의 틀이에요. 이게 지식입니다.
AI에서 지식 표현이란 이 세 번째 층을 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일이에요. 숫자를 저장하는 건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아주 잘합니다. 어려운 건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이고, 거기서 무엇이 따라 나오는가"를 담는 거예요.
컴퓨터에게 "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사람이 "나는 파리가 프랑스의 수도인 걸 안다"고 말할 때, 그 앎은 머릿속 어딘가에 이미지와 경험과 감정이 뒤엉킨 채로 있습니다.
컴퓨터에게 앎은 훨씬 건조해요. 두 가지 조건만 채우면 "안다"고 봅니다.
첫째, 그 사실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저장되어 있을 것. 둘째, 그 사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끌어낼 수 있을 것.
두 번째가 핵심이에요.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다"와 "프랑스는 유럽에 있다"를 저장했다면, 시스템은 아무도 미리 적어두지 않아도 "파리는 유럽에 있다"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장만 하고 끌어내지 못하면 그건 지식이 아니라 그냥 창고예요.
이 "끌어내는 능력"을 추론이라고 부릅니다. 지식 표현과 추론은 언제나 한 쌍으로 다녀요. 앞으로 나올 모든 이야기가 이 한 쌍의 변주입니다.
표현력과 계산 가능성 — 영원한 줄다리기
지식 표현 연구에는 절대 피할 수 없는 긴장이 하나 있습니다.
표현력을 높이면, 그러니까 더 복잡하고 미묘한 것까지 적을 수 있게 만들면, 추론이 느려집니다. 심하면 답이 영원히 나오지 않아요. 반대로 표현을 단순하게 제한하면 추론은 빨라지지만 정작 적고 싶은 걸 못 적습니다.
비유하자면 글의 문체를 고르는 일과 비슷해요. 시는 표현력이 엄청나지만, 시로 쓴 계약서는 법정에서 해석이 갈립니다. 계약서 문체는 답답하지만 해석이 하나로 떨어져요.
AI 연구자들은 40년 동안 이 줄의 어느 지점에 말뚝을 박을지를 두고 싸웠습니다. 오늘 볼 여러 표현 방식들은 전부 이 줄 위의 서로 다른 지점이에요. 하나가 이기고 나머지가 진 게 아니라, 각자 다른 타협을 한 겁니다.
좋은 지식 표현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연구자들이 합의한 평가 기준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방식들을 이 네 가지로 채점해보면 이해가 훨씬 쉬워요.
표현 적합성 — 그 분야의 지식을 빠짐없이 적을 수 있는가. 의학 지식에 "아마도"나 "대개는"을 못 쓴다면 낙제입니다.
추론 적합성 — 저장된 지식에서 필요한 결론을 실제로 끌어낼 수 있는가.
추론 효율성 — 그 결론을 현실적인 시간 안에 낼 수 있는가. 이론상 가능해도 백 년이 걸리면 소용없어요.
획득 효율성 — 새 지식을 시스템에 넣기가 쉬운가.
마지막 항목을 특히 기억해두세요. 앞의 셋은 시험 문제 같은 기준인데, 이 넷째는 현장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전문가 시스템의 목을 조르는 게 정확히 이 항목이에요.

명제 — 참·거짓을 가릴 수 있는 문장
논리학의 출발점은 아주 소박합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있는 문장만 다루겠다는 약속이에요. 이런 문장을 명제라고 부릅니다.
"비가 온다"는 명제예요. 참이거나 거짓이니까요. "창문을 닫아라"는 명제가 아닙니다. 명령에는 참·거짓이 없어요. "이 그림 예쁘다"도 명제가 아니에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이 제한이 답답해 보이지만, 이게 논리가 강력한 이유입니다. 참·거짓만 다루기로 하면 문장의 내용은 몰라도 구조만으로 결론을 낼 수 있게 돼요.
기계가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논리를 굴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점은 잠시 후 다시 짚겠습니다.
논리 연결사 — 네 개의 접착제
명제 하나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명제들을 붙여야 합니다. 붙이는 방법은 놀랍게도 네 가지면 충분해요.
그리고 — 두 명제가 모두 참일 때만 전체가 참입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는 둘 다 맞아야 참이에요.
또는 — 둘 중 하나만 참이어도 전체가 참입니다. 일상어와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논리에서는 둘 다 참일 때도 참입니다. "커피 또는 차"를 논리로 읽으면 둘 다 마셔도 거짓말이 아니에요.
아니다 — 참을 거짓으로, 거짓을 참으로 뒤집습니다.
그러면 — 가장 까다로운 연결사예요.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는 비가 오는데 땅이 안 젖을 때만 거짓입니다. 비가 안 오면 땅이 젖든 말든 이 문장은 참으로 쳐요. 약속을 어기지 않았으니까요. 처음엔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비가 안 왔으니 내 말이 틀렸다고는 못 하지"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습니다.
추론 규칙 — 기계가 결론을 낳는 법
이제 진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논리의 힘은 이미 아는 것에서 새것을 뽑아내는 규칙에 있어요.
가장 유명한 규칙은 이겁니다. "A이면 B이다"를 알고 있고 "A이다"도 알고 있으면, "B이다"를 결론으로 낼 수 있어요. 긍정 논법이라고 부릅니다.
"열이 나면 감염을 의심한다"를 알고 "이 환자는 열이 난다"를 알면, "감염을 의심한다"가 나옵니다.
반대 방향도 있어요. "A이면 B이다"를 알고 "B가 아니다"를 알면 "A가 아니다"가 나옵니다. 부정 논법이에요.
여기서 결정적인 사실 하나. 이 규칙들은 문장의 뜻을 전혀 몰라도 적용됩니다. "열"이 뭔지, "감염"이 뭔지 기계는 모릅니다. 그냥 모양만 맞추면 돼요. 종이에 적힌 기호를 정해진 방식으로 옮겨 적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회차에서 만난 기호주의 AI가 가능했던 근거가 바로 이거예요.
건전성과 완전성 — 논리를 믿어도 되는 이유
추론 시스템을 하나 만들었다고 칩시다. 이걸 믿어도 될까요?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건전성 — 이 시스템이 참이라고 내놓은 결론은 정말로 참인가. 거짓을 참이라고 우기지 않는가. 건전하지 않은 시스템은 쓸모없는 정도가 아니라 위험해요.
완전성 — 참인 결론이라면 이 시스템이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내는가. 완전하지 않으면 답이 있는데도 못 찾고 헤맬 수 있습니다.
명제 논리는 건전하면서 동시에 완전합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쓸 수 있어요. 참인 건 전부 증명되고, 증명된 건 전부 참입니다.
하지만 이 좋은 성질은 표현력을 올리는 순간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앞에서 말한 줄다리기가 지금부터 실제로 나타나요.

명제 논리의 벽 — "모든 사람은 죽는다"를 못 씁니다
명제 논리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어요. 명제 하나를 통째로 한 덩어리로만 다룬다는 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와 "플라톤은 사람이다"는 명제 논리에서 아무 관계도 없는 별개의 덩어리예요. 둘 다 "사람이다"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사실을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죽는다"를 쓸 수가 없어요. 세상 사람이 팔십억 명이면 팔십억 개의 문장을 따로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 태어날 아기는 자동으로 포함되지 않아요.
2회차에서 봤던 초기 AI의 야심을 기억하시나요? 세상의 지식을 기호로 옮기겠다던 그 꿈은 이 벽 앞에서 한 발도 못 나갑니다. 벽을 넘을 도구가 필요했어요.
술어 논리 — 문장을 부품으로 분해하다
해법은 문장을 쪼개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를 두 부분으로 나눠요. 소크라테스라는 대상과, 사람이다라는 성질. 성질 쪽을 술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나누면 "사람이다"라는 성질을 여러 대상에 재사용할 수 있어요. 소크라테스에게도, 플라톤에게도, 아직 이름을 모르는 누군가에게도요.
관계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철수는 영희의 아버지다"는 대상 둘과 관계 하나로 적혀요. 관계를 쓸 수 있게 되면서 표현 가능한 세계가 갑자기 넓어집니다. 가족 관계, 공간 관계, 시간 순서, 인과 관계까지 전부요.
한정사 — "모든"과 "어떤"
부품으로 쪼갠 덕에 마침내 이런 문장이 가능해집니다.
"모든 것에 대하여, 그것이 사람이면 그것은 죽는다."
여기서 "모든 것에 대하여"가 한정사예요. 이 한 문장이 팔십억 개의 개별 문장을 대신합니다. 그리고 내일 태어날 아기까지 자동으로 포함해요.
짝이 되는 한정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것이 존재해서, 그것은 검은 백조다." 전부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최소한 하나는 있다는 주장이에요.
이 두 한정사가 논리의 표현력을 폭발적으로 키웠습니다. 수학 정리 대부분이 이 형태로 적혀요. 그런데 대가가 있었습니다.
대가 — 완전하지만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술어 논리는 여전히 건전하고 완전해요. 참인 것은 언젠가 반드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거짓인 경우입니다. 어떤 주장이 거짓이면, 추론 기계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영원히 계산을 계속할 수 있어요. 멈추지 않습니다.
더 곤란한 건, 답이 아예 안 나오는 건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오는 건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에요. 이런 성질을 준결정 가능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앨런 튜링이 1936년에 증명한 정지 문제와 뿌리가 같은 한계예요. 2회차에서 만난 그 튜링이 맞습니다. 기계가 원리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그 발견이, 여기서 지식 표현의 천장으로 다시 나타난 겁니다.
실용적으로는 두 가지로 대응했어요. 시간 제한을 두고 자르거나, 표현력을 일부러 낮춰서 항상 끝나는 안전한 영역에만 머무는 것. 오늘날 온톨로지 언어들이 후자를 택합니다. 못 적는 게 생겨도 답이 확실히 나오는 쪽을 고른 거예요.
통일 — 기계가 논리를 굴리는 실제 방법
논리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굴리려면 기계적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 핵심이 통일이에요.
통일이란 두 표현을 같은 모양으로 맞추는 작업입니다. "모든 것에 대하여, 그것이 사람이면 죽는다"라는 규칙과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이 있을 때, 규칙의 "그것" 자리에 "소크라테스"를 끼워 넣으면 두 문장의 앞부분이 딱 맞아떨어져요. 그러면 "소크라테스는 죽는다"가 나옵니다.
빈칸에 무엇을 넣어야 두 문장이 겹치는지 찾는 것 — 이게 통일이에요. 자물쇠에 열쇠를 맞춰보는 일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분해 원리라는 기법을 더하면 완전 자동 증명이 가능해집니다. 1965년 존 앨런 로빈슨이 내놓은 이 방법이 나중에 프롤로그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이어졌어요.
프롤로그는 1980년대 일본의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의 심장이 됩니다. 3회차에서 그 프로젝트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이미 보셨죠. 오늘 우리는 그 실패의 기술적 속사정을 보고 있는 셈이에요.

논리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논리는 엄밀하지만 사람의 지식과 잘 안 맞는 구석이 있었어요.
사람은 "새"를 떠올릴 때 논리 문장 목록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날개, 부리, 깃털, 난다, 알을 낳는다 — 이런 것들이 한 덩어리로 통째 떠올라요. 그리고 "펭귄"을 들으면 그 덩어리를 가져다가 몇 개만 고쳐 씁니다.
1970년대 연구자들은 이 "덩어리로 다루기"를 흉내 내는 표현 방식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논리를 버린 게 아니라, 사람이 지식을 쌓는 방식에 더 가깝게 포장한 겁니다.
여기서부터 나오는 세 가지 — 의미망, 프레임, 온톨로지 — 는 전부 같은 동기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셋 다 2026년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의미망 — 개념을 잇는 그물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 의미망이에요. 개념을 점으로 놓고, 관계를 선으로 잇습니다.
"카나리아"라는 점에서 "새"라는 점으로 "~의 한 종류이다"라는 선이 나가요. "새"에서 "동물"로 또 선이 나가고요. 그리고 "새"라는 점에는 "날 수 있다"라는 성질이 붙습니다.
여기서 작은 마법이 일어나요. "카나리아는 숨을 쉬나요?"라고 물으면, 카나리아 항목에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도 답할 수 있습니다. 선을 따라 위로 올라가서 "동물"에 붙은 "숨을 쉰다"를 가져오면 되니까요.
이걸 상속이라고 부릅니다. 상속은 엄청난 절약이에요. 모든 동물에 "숨을 쉰다"를 하나하나 적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 번만 적고 나머지는 전부 물려받아요.
프레임 — 전형적인 상황의 틀
1974년 마빈 민스키가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개념마다 빈칸이 있는 서식을 두자는 아이디어였어요. 이걸 프레임이라고 부릅니다.
"식당"이라는 프레임에는 이런 빈칸들이 있어요. 손님, 종업원, 메뉴, 음식, 계산. 그리고 각 빈칸에는 기본값이 미리 채워져 있습니다. 종업원은 사람이고, 음식은 돈을 내고 먹고,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는 식으로요.
"어제 식당에 갔어"라는 한마디를 들었을 때 우리가 자동으로 떠올리는 그 모든 배경 — 프레임은 그걸 흉내 낸 겁니다. 빈칸이 채워지지 않았어도 기본값으로 일단 채워두고, 나중에 다른 정보가 오면 고쳐요.
민스키의 이 발상은 AI 밖으로도 퍼졌습니다. 오늘날 프로그래머들이 매일 쓰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클래스 개념이 여기서 갈라져 나온 가지예요.
상속과 예외 — 펭귄 문제의 첫 번째 대답
이제 펭귄으로 돌아갑니다.
의미망과 프레임에서는 이렇게 처리해요. "새" 항목에 "난다"를 기본값으로 붙여둡니다. 그리고 "펭귄" 항목에는 "난다: 아니오"를 따로 적어둡니다.
질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은 가장 가까운 곳부터 봐요. 펭귄 항목에 답이 있으면 그걸 쓰고, 없을 때만 위로 올라갑니다. 펭귄에는 직접 적혀 있으니 "못 난다"가 나오고, 카나리아에는 없으니 "새"에서 물려받아 "난다"가 나와요.
이걸 기본값 상속이라고 합니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을 이긴다는 단순한 원칙이에요.
깔끔해 보이지만 여기엔 큰 대가가 숨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더 이상 순수한 논리가 아니에요. 새 정보가 들어오면 이미 내린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논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이 문제는 뒤에서 정면으로 다시 다루겠습니다.
온톨로지 — 세계의 목록 만들기
의미망을 크고 엄격하게 키운 것이 온톨로지입니다. 원래는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철학적 탐구"를 뜻하는 말인데, AI가 가져다 썼어요.
온톨로지는 어떤 분야에 무엇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공식적으로 정리한 목록입니다. 의학 온톨로지라면 질병, 증상, 약, 신체 부위가 각각 무엇이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해요.
왜 이런 게 필요할까요? 말이 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병원 시스템은 "심근경색", 다른 곳은 "심장마비", 또 다른 곳은 영어 약어를 씁니다. 같은 것을 가리키는데 기계는 서로 다른 것으로 봐요. 온톨로지가 이 셋을 하나로 묶어줍니다.
이건 박물관에 들어간 옛 기술이 아니에요. 오늘날 의료 정보 교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도서관 분류, 그리고 뒤에서 볼 지식 그래프가 전부 온톨로지 위에 서 있습니다.

만약-그러면 — 지식을 조각으로 쪼개기
1970년대에 가장 실용적인 답이 나옵니다. 형식은 놀랄 만큼 단순했어요.
만약 (조건)이면, 그러면 (결론 또는 행동)이다.
만약 환자에게 열이 있고 목이 아프면, 그러면 인후염을 의심한다. 만약 인후염이 의심되고 세균 검사가 양성이면, 그러면 항생제를 고려한다.
이 형식의 위력은 지식을 잘게 쪼갤 수 있다는 데 있어요. 규칙 하나하나가 독립적입니다. 새 지식이 생기면 규칙 하나만 추가하면 돼요. 프로그램 전체를 다시 짤 필요가 없습니다.
전문가에게 "어떻게 판단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이 대체로 이 형태라는 점도 컸어요. 전문가의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럴 거라고 기대했어요.
세 부분으로 나뉜 시스템
규칙 기반 시스템은 세 부분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분리가 핵심이에요.
지식 베이스 — 규칙들이 담긴 창고입니다.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이 전부 여기 들어가요.
작업 기억 — 지금 다루는 사례의 사실들이 담깁니다. "이 환자는 38.5도, 인후통 있음" 같은 것들이요.
추론 엔진 — 규칙과 사실을 맞춰보며 결론을 뽑아내는 기계입니다.
왜 이렇게 나눴을까요? 추론 엔진은 그대로 두고 지식 베이스만 갈아 끼우면 다른 분야에 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의학 규칙을 빼고 재무 규칙을 넣으면 재무 상담 시스템이 됩니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에서 "껍데기"라는 상품이 나왔어요. 알맹이 없는 추론 엔진만 파는 겁니다. 1980년대에 꽤 잘 팔렸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오늘날 검색 증강 생성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요. 뒤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순방향 연쇄와 역방향 연쇄 — 두 가지 사고 방향
추론 엔진이 일하는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순방향 연쇄는 아는 것에서 출발해요. 지금 있는 사실에 맞는 규칙을 찾아 실행하고, 그 결과로 새 사실이 생기면 또 맞는 규칙을 찾습니다. 더 나올 게 없을 때까지 굴려요. 데이터가 먼저 있고 "그래서 뭐가 나오지?"를 물을 때 씁니다. 공장 감시 시스템이나 실시간 경보 시스템이 이 방식이에요.
역방향 연쇄는 목표에서 출발합니다. "이 환자가 폐렴인가?"를 묻고, 폐렴이 결론인 규칙을 찾아요. 그 규칙의 조건이 성립하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하위 질문으로 내려갑니다.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조건에 닿으면 사용자에게 직접 물어봐요. 진단처럼 가설이 먼저 있을 때 유리합니다.
4회차의 너비 우선·깊이 우선을 기억하시나요? 순방향은 사실에서 결론으로 퍼져나가고, 역방향은 결론에서 사실로 파고듭니다. 탐색의 두 방향이 여기서 다시 나타나요.
AI의 기법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옷을 입고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보시게 될 거예요.
충돌 해소 — 여러 규칙이 동시에 맞을 때
실제 시스템에는 규칙이 수천 개씩 들어갑니다. 그러면 한 순간에 조건이 맞는 규칙이 여러 개 생겨요. 무엇을 먼저 실행해야 할까요?
이걸 정하는 게 충돌 해소입니다. 방법이 여러 가지예요. 규칙에 우선순위 번호를 미리 매겨두거나, 조건이 더 구체적인 규칙을 먼저 쓰거나, 가장 최근에 들어온 사실을 건드리는 규칙을 먼저 쓰거나, 아직 한 번도 안 쓴 규칙에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조건이 더 구체적인 쪽이 이긴다"는 전략이 눈에 익지 않으세요? 펭귄 규칙이 새 규칙을 이기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여기서 시스템의 성격이 갈려요. 같은 규칙 뭉치라도 충돌 해소 전략이 다르면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규칙이 수천 개가 되면 사람은 이 상호작용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돼요. 이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됩니다.
설명 능력 — "왜요?"에 답할 수 있는 AI
규칙 기반 시스템에는 오늘날 다시 귀해진 미덕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기 판단을 설명할 수 있었어요.
시스템이 "이 환자는 세균성 감염으로 보입니다"라고 하면, 사용자가 "왜요?"라고 물을 수 있었어요. 그러면 시스템이 답합니다. "규칙 47을 적용했습니다. 배양 검사가 양성이고 그람 염색이 양성이면 세균성 감염을 의심한다는 규칙입니다."
추론 과정이 규칙의 연쇄로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그 연쇄를 되짚어 읽어주기만 하면 됐어요. 따로 개발할 필요도 없이 공짜로 얻어지는 기능이었습니다.
2026년의 대형 언어 모델은 이걸 못 합니다. 답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모델 자신도 몰라요. 설명을 요구하면 그럴듯한 이유를 새로 지어냅니다. 그 설명이 실제 계산 과정과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규칙 기반 AI가 아직 살아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겁니다. 대출 거절, 보험금 지급 거부, 의료 판단처럼 "왜"에 답할 법적 의무가 있는 곳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AI를 그대로 쓸 수 없어요.

덴드랄 — 화학자의 눈을 옮기다
1965년 스탠퍼드에서 시작된 덴드랄이 첫 전문가 시스템입니다. 에드워드 파이겐바움이 이끌었어요.
문제는 이랬습니다. 질량 분석기라는 장비에 미지의 물질을 넣으면 그래프가 나오는데, 이 그래프만 보고 분자 구조를 알아맞혀야 했어요. 숙련된 화학자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덴드랄은 화학자들의 판단 규칙을 수백 개 담아 이 일을 해냈어요. 그리고 일부 좁은 영역에서는 사람 전문가보다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여기서 파이겐바움이 얻은 통찰이 AI의 방향을 바꿉니다. "힘은 지식에서 나온다." 똑똑한 추론 방법이 아니라, 그 분야의 구체적인 지식을 많이 담는 것이 성능을 만든다는 거예요.
2회차에서 봤던 "범용 문제 해결사"의 꿈 — 어떤 문제든 푸는 만능 기계 — 과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만능을 포기하고 좁은 분야에 깊이 파고들자는 선언이었어요. 그리고 이 선언이 1980년대 산업을 만들어냅니다.
마이신 — 의사보다 정확했던 프로그램
1970년대 초 스탠퍼드에서 나온 마이신은 혈액 감염을 진단하고 항생제를 추천했습니다. 규칙 약 600개로요.
성능은 충격적이었어요. 1979년에 진행된 평가에서 마이신의 처방이 감염병 전문의들의 처방과 나란히 비교됐는데, 마이신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이신은 실제 병원에서 한 번도 쓰이지 않았어요. 이유가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컴퓨터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고, 무엇보다 책임 문제가 걸렸어요. 프로그램의 추천을 따랐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는가. 1970년대에는 아무도 답할 수 없었습니다.
2026년에도 이 질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어요. 의료 AI를 둘러싼 논쟁의 뼈대는 50년 전과 거의 같습니다. 기술이 준비돼도 제도가 준비되지 않으면 쓰이지 않는다는 교훈은 여기서 처음 확인됐어요.
확실성 계수 — 논리에 "아마도"를 더하다
마이신에는 중요한 발명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의학 지식은 "A면 반드시 B"가 아니에요. "A면 아마도 B"입니다. 순수 논리는 이걸 못 담아요. 참 아니면 거짓뿐이니까요.
그래서 마이신 팀은 규칙마다 확신의 정도를 붙였습니다. 이 규칙은 상당히 확실하고, 저 규칙은 약한 근거라는 식으로요. 여러 규칙이 같은 결론을 가리키면 확신이 쌓이고, 서로 반대를 가리키면 깎였습니다.
수학적으로 엄밀한 방법은 아니었어요. 나중에 9회차에서 볼 베이즈 확률이 훨씬 탄탄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이 방식은 확률 이론과 어긋나는 결과를 낼 때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실용적으로는 잘 작동했고, "AI는 불확실성을 다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처음으로 정면에 세웠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오늘날 AI가 자기 답에 신뢰도를 붙이는 모든 시도의 조상이에요.
엑스콘 — 돈을 벌어들인 첫 AI
연구실을 나와 실제로 돈을 번 첫 사례는 1980년 디지털 이큅먼트라는 컴퓨터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이 회사의 컴퓨터는 부품 조합의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해서, 주문이 들어오면 부품 구성이 맞는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했어요. 실수가 잦았고 그 비용이 컸습니다.
카네기멜런에서 만든 엑스콘이 이 일을 맡았어요. 규칙은 처음 750개로 시작해서 나중에 1만 개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회사는 이 시스템으로 연간 수천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발표했어요.
이 성공이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 붐에 불을 붙입니다. 3회차에서 본 그 붐이에요. 포춘 500대 기업 상당수가 전문가 시스템 부서를 만들었고, 관련 시장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엑스콘 자신이 붕괴의 이유도 함께 보여주게 됩니다. 규칙 1만 개를 계속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 갈수록 무거워졌어요. 부품이 바뀔 때마다 어떤 규칙을 고쳐야 하는지, 그 수정이 다른 규칙과 충돌하지 않는지 아무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지식 획득 병목 — 전문가의 머릿속을 퍼낼 수 없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앞에서 기억해두라고 한 "획득 효율성"이 여기서 터져요.
규칙을 만들려면 전문가를 붙잡고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진짜 전문가일수록 자기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설명하지 못했어요.
숙련된 의사에게 "이 환자가 폐렴이라고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물으면 "그냥 딱 보면 알아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수십 년의 경험이 압축된 직관이라 규칙으로 풀리지 않았어요.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가 이걸 암묵지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안다"는 그 유명한 문장이요. 자전거 타는 법을 아는 사람도 그걸 글로 적어 남에게 전할 수는 없죠.
그래서 "지식 공학자"라는 직업이 생겼어요. 전문가를 인터뷰해서 규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요. 느리고 비쌌습니다. 규칙 하나를 뽑아내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어요.
이 병목이 왜 결정적이냐면, 다음 회차부터 볼 머신러닝이 정확히 이 지점을 때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게 묻지 말고 데이터에서 직접 규칙을 뽑아내자는 것이 머신러닝의 출발점이에요. 오늘 이야기의 결말이 다음 이야기의 시작인 셈입니다.
취성 — 경계 밖에서는 그냥 무너집니다
전문가 시스템에는 유리 같은 성질이 있었어요. 아는 범위 안에서는 단단한데, 한 발만 벗어나면 그냥 깨졌습니다.
사람 의사는 자기 전문 밖의 증상을 보면 "이건 제 분야가 아니네요"라고 말합니다. 전문가 시스템은 그러지 못했어요. 자기가 모른다는 걸 몰랐습니다. 가진 규칙 중에 가장 비슷한 걸 갖다 대고 자신 있게 틀린 답을 냈어요.
혈액 감염 진단 시스템에 자동차 고장 증상을 넣었더니 진지하게 항생제를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다소 각색된 일화지만 성격은 정확해요.
경계를 알려면 세상 전체에 대한 상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문가 시스템이 가진 건 좁고 깊은 규칙뿐이었어요. 깊이는 있는데 넓이가 없었습니다.
이 취성은 2026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대형 언어 모델이 없는 사실을 자신 있게 지어내는 현상 — 21회차에서 다룰 환각 — 은 겉모습만 다를 뿐 같은 병입니다. 자기가 모른다는 걸 모르는 것이죠.
프레임 문제 — 변하지 않은 것을 다 적어야 하나요
가장 철학적이고 가장 곤란한 문제입니다.
로봇이 탁자 위의 컵을 든다고 해봅시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컵의 위치가 바뀌었어요. 여기까지는 쉽습니다.
그런데 바뀌지 않은 것은요? 탁자는 그대로고, 방의 조명도 그대로고, 창밖의 날씨도, 컵의 색깔도, 옆방 사람의 이름도 그대로입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그대로예요.
사람은 이걸 문제로 느끼지도 않습니다. 너무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논리 시스템은 "그대로임"을 명시적으로 적어주지 않으면 모릅니다. 컵을 들었더니 탁자가 사라졌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계산해요.
그렇다고 "컵을 들어도 탁자는 그대로다"를 적기 시작하면, 행동 하나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 그런 문장을 써야 합니다. 끝이 없어요.
1969년 존 매카시와 패트릭 헤이스가 이 문제에 프레임 문제라는 이름을 붙였고, 반세기가 넘도록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상식이 어렵다"는 말의 기술적 정체가 바로 이거예요.
비단조 추론 — 펭귄 문제의 진짜 대답
이제 펭귄에 제대로 답할 때가 됐습니다.
고전 논리에는 단조성이라는 성질이 있어요. 지식이 늘어나면 결론도 늘어날 뿐, 이미 내린 결론이 취소되는 일은 절대 없다는 성질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추론은 정반대예요. "새를 봤어" 다음에 "날겠구나", 그러다 "아, 펭귄이야" 다음에 "못 날겠네". 새 정보가 옛 결론을 취소했습니다. 이걸 비단조 추론이라고 불러요.
연구자들은 이걸 형식화하려고 애썼습니다. 크게 세 갈래가 나왔어요.
기본값 논리 — "보통은 이렇다, 반대 증거가 없는 한"이라고 적는 방식입니다. 새는 보통 납니다, 못 난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한정 원리 — 예외는 알려진 것만 있다고 가정하는 방식이에요. 매카시가 제안했습니다.
폐쇄 세계 가정 — 적혀 있지 않으면 거짓으로 친다는 방식입니다. 항공편 시간표에 없는 비행기는 없는 겁니다. 오늘날 데이터베이스가 여전히 이렇게 동작해요.
셋 다 작동은 합니다. 대신 셋 다 추론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요. 결론을 낼 때마다 "이걸 뒤집을 예외가 어딘가 있나?"를 확인해야 하니까요. 표현력과 계산 가능성의 줄다리기가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사이크 — 상식을 손으로 다 적으려던 40년
1984년, 더글러스 레넛이 정면 돌파를 선언했습니다. 상식이 없어서 문제라면, 상식을 전부 손으로 적자.
사이크 프로젝트가 그렇게 시작됐어요. "물은 아래로 흐른다", "사람은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 없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같은, 아무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는 것들을요.
처음 예상은 10년, 진술 수백만 개였습니다. 실제로는 40년 가까이 이어졌고 수천만 개의 진술이 쌓였어요. 레넛은 2023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이크를 실패라고 부르기는 조심스러워요. 상당한 성과가 있었고 일부는 지금도 쓰입니다. 하지만 원래 목표였던 "기계에 인간 수준의 상식 부여"에는 닿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에 아이러니가 찾아옵니다. 대형 언어 모델이 상식 질문에 상당히 잘 답하기 시작했어요. 손으로 적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쓴 글을 어마어마하게 읽으면서 저절로 흡수한 겁니다. 40년의 수작업이 못 한 것을 다른 길이 해낸 거예요.
다만 그 상식은 사이크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언어 모델의 상식은 어디에 저장됐는지 볼 수도, 한 줄만 고칠 수도, 왜 그런지 물을 수도 없어요. 사이크의 상식은 사람이 읽고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차이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아직도 규칙이 지배하는 곳
전문가 시스템의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하지만, 규칙 기반 AI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이름을 바꾸고 살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비즈니스 룰 엔진 또는 의사결정 자동화라고 불려요.
2026년 현재 이 시장은 줄어들기는커녕 커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쓰일까요?
금융 — 대출 승인, 신용 평가, 부정 거래 탐지. 규제 당국이 판단 근거를 요구하기 때문에 설명 못 하는 모델은 단독으로 쓸 수 없습니다.
보험·의료 — 청구 심사, 자격 확인, 청구 코드 검증. 여기서는 규칙이 곧 계약 조항이자 법령이에요.
항공 — 정비 점검 항목, 운항 규정 확인.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답이 아니라 규정을 지켰는지 여부만 중요합니다.
세무·법률 — 세법 자체가 거대한 규칙 집합입니다. 매년 바뀌는 조항을 규칙으로 바꿔 넣는 편이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것보다 정확하고 빨라요.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틀렸을 때 대가가 크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할 법적 의무가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정확도 99퍼센트인 신경망보다, 적용 범위 안에서 100퍼센트가 보장되는 규칙 100개가 낫습니다.
지식 그래프 — 검색창 뒤의 의미망
앞에서 본 의미망은 어디로 갔을까요? 인터넷 규모로 커져서 돌아왔습니다.
구글이 2012년에 지식 그래프를 도입했어요. 유명한 인물을 검색하면 화면 옆에 뜨는 정보 상자, 그게 지식 그래프입니다. 웹 페이지를 찾아준 게 아니라 개체와 관계를 직접 저장해둔 것이에요.
원리는 1970년대 의미망과 똑같습니다. 점과 선, 그리고 상속. 다만 규모가 수십억 개의 개체로 커졌고, 사람이 손으로 적는 대신 문서에서 자동으로 뽑아냅니다.
지식 그래프는 지금 거의 모든 큰 기술 기업의 기반 시설이에요. 검색, 추천, 음성 비서, 상품 카탈로그가 전부 그 위에서 돕니다. 기호주의는 진 게 아니라 눈에 안 띄는 층으로 내려간 거예요.
검색 증강 생성 — 언어 모델에 사실을 묶어두기
21회차에서 자세히 다룰 내용이지만 여기서 짚고 갈 게 있어요.
대형 언어 모델의 가장 큰 약점은 그럴듯한 거짓말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고, 없는 법 조항을 만들어내요. 앞에서 본 취성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대응책이 검색 증강 생성이에요. 모델이 답을 지어내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문서나 지식 그래프에서 사실을 먼저 찾아오고, 그 사실을 근거로만 답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구조를 보면 익숙하죠. 지식 베이스와 추론 엔진의 분리 — 앞에서 본 그 구조가 이름만 바꿔 돌아왔어요. 사실은 밖에 두고 언어 능력만 모델에게 맡깁니다. 지식 베이스를 고치면 시스템의 답이 바뀌고, 그 근거를 사용자에게 보여줄 수도 있어요.

뉴로심볼릭 AI — 두 진영의 화해
2회차와 3회차에서 기호주의와 연결주의가 수십 년간 싸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딥러닝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2020년대 중반부터 흐름이 바뀝니다. 신경망은 패턴을 알아보는 데는 압도적인데, 엄밀한 규칙을 지키는 일에는 여전히 약해요. 긴 자릿수 계산을 틀리고, 법령의 예외 조항을 놓치고,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냅니다.
그래서 둘을 붙이자는 접근이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어요. 뉴로심볼릭 AI라고 부릅니다. 역할 분담은 대체로 이래요.
신경망이 맡는 일 — 지저분한 현실을 이해하기. 사람의 자연어 질문을 알아듣고, 문서에서 개체와 관계를 뽑아내고, 이미지를 해석하는 일이요.
기호 시스템이 맡는 일 — 정확성이 필요한 일. 논리 검사, 제약 조건 확인, 계산, 그리고 왜 그렇게 결론이 났는지에 대한 감사 기록이요.
2026년에 이 구조가 실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곳이 규제 준수 분야입니다. 담당자가 일상 언어로 요구사항을 말하면 언어 모델이 그걸 형식 규칙으로 번역하고, 실제 검사는 기호 시스템이 수행해 검증 가능한 결과를 냅니다. 언어 모델이 번역기 역할을 하고, 판단은 논리가 하는 거예요.
지식 획득 병목을 기억하시나요? 전문가의 말을 규칙으로 옮기는 데 며칠이 걸리던 그 일을, 이제 언어 모델이 초 단위로 해냅니다. 1980년대에 산업을 무너뜨린 그 병목이 40년 만에 다른 기술로 뚫린 거예요.
AI 에이전트와 안전 울타리 — 논리가 마지막 방어선인 이유
23회차에서 볼 AI 에이전트 이야기와도 이어집니다.
스스로 도구를 쓰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AI가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질문이 생겼어요. "이 에이전트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학습으로는 이걸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학습은 "대체로 이렇게 하라"는 경향을 만들 뿐, "절대 이건 하지 마라"를 완전히 보장하지 못해요. 확률적으로 작동하는 것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에이전트 바깥에 딱딱한 규칙 울타리를 두릅니다. 이 계좌로는 송금 금지, 이 파일은 삭제 금지, 이 금액 이상은 사람 승인 필수. 전부 만약-그러면 규칙이에요.
신경망은 무엇을 할지 정하고, 논리는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지킵니다. 1970년대의 기술이 2026년 AI 안전의 마지막 방어선에 서 있는 셈이에요.
같은 이유로, 안전이 걸린 소프트웨어에서는 형식 검증이 여전히 쓰입니다. 프로그램이 특정 조건을 어떤 경우에도 위반하지 않음을 논리로 증명하는 기법이에요. 테스트는 "이번엔 문제없었다"를 보여주지만, 형식 검증은 "어떤 경우에도 문제없다"를 보여줍니다. 이 차이는 학습으로 메울 수 없어요.
핵심 정리 — 세 줄
첫째, 지식 표현은 "무엇을 아는가"를 적는 일이고, 그 짝인 추론은 "거기서 무엇이 따라 나오는가"를 뽑는 일입니다. 저장만 하고 끌어내지 못하면 지식이 아니라 창고예요.
둘째, 표현력을 올리면 계산이 무거워지고, 계산을 가볍게 하려면 표현을 포기해야 합니다. 명제 논리에서 술어 논리로, 의미망에서 온톨로지로 이어지는 모든 선택이 이 줄다리기 위의 서로 다른 타협점이에요.
셋째, 전문가 시스템은 기술이 나빠서가 아니라 지식을 사람 손으로 넣어야 해서 무너졌습니다. 그 병목을 데이터로 뚫으려는 시도가 다음 회차부터 볼 머신러닝이고, 규칙이 잘하던 설명·보장은 지금도 대체되지 않아 2026년에 뉴로심볼릭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어요.

용어 정리
지식 표현 — 사람의 지식을 컴퓨터가 다루고 추론할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일.
추론 — 이미 저장된 지식에서 새로운 사실을 끌어내는 과정. 지식 표현과 언제나 한 쌍입니다.
명제 — 참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있는 문장. 명령이나 취향 표현은 명제가 아닙니다.
명제 논리 — 명제를 통째로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네 개의 연결사로 조합하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 체계.
긍정 논법 — "A이면 B이다"와 "A이다"에서 "B이다"를 끌어내는 추론 규칙.
부정 논법 — "A이면 B이다"와 "B가 아니다"에서 "A가 아니다"를 끌어내는 추론 규칙.
건전성 — 시스템이 참이라고 내놓은 결론이 실제로 참임이 보장되는 성질.
완전성 — 참인 결론이라면 시스템이 언젠가 반드시 찾아내는 성질.
술어 논리 — 문장을 대상과 성질(또는 관계)로 쪼개어, 여러 대상에 같은 성질을 재사용할 수 있게 한 논리 체계.
한정사 — "모든 것에 대하여" 또는 "어떤 것이 존재해서"처럼 대상의 범위를 지정하는 표현.
준결정 가능 — 참인 것은 반드시 증명되지만, 거짓인 경우에는 계산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 있는 성질.
통일 — 두 논리 표현의 빈칸에 무엇을 넣어야 서로 겹치는지 찾아내는 기계적 절차.
분해 원리 — 통일을 반복 적용해 자동으로 정리를 증명하는 기법. 프롤로그 언어의 바탕입니다.
의미망 — 개념을 점으로, 개념 사이의 관계를 선으로 표현한 지식 표현 방식.
상속 — 상위 개념에 붙은 성질을 하위 개념이 물려받는 구조. 지식의 중복 저장을 줄여줍니다.
프레임 — 전형적인 상황이나 개념을 빈칸이 있는 서식으로 표현하고, 각 빈칸에 기본값을 미리 채워두는 방식.
기본값 상속 — 더 가까운(구체적인) 항목의 값이 더 먼(일반적인) 항목의 값을 이기는 원칙. 펭귄이 못 나는 이유를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온톨로지 — 어떤 분야에 무엇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어떤 관계인지를 공식적으로 정리한 목록. 서로 다른 시스템이 같은 말을 쓰게 해줍니다.
규칙 기반 시스템 — 지식을 "만약-그러면" 규칙의 모음으로 표현하고, 추론 엔진이 그 규칙을 굴려 결론을 내는 시스템.
지식 베이스 — 규칙과 사실이 저장된 창고. 추론 엔진과 분리되어 있어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작업 기억 — 지금 다루고 있는 개별 사례의 사실들이 담기는 임시 공간.
추론 엔진 — 지식 베이스의 규칙과 작업 기억의 사실을 맞춰보며 결론을 뽑아내는 부분.
순방향 연쇄 — 아는 사실에서 출발해 적용 가능한 규칙을 계속 실행하며 결론으로 나아가는 방식.
역방향 연쇄 — 확인하고 싶은 목표에서 출발해 그 근거를 거슬러 찾아 내려가는 방식.
충돌 해소 — 조건이 맞는 규칙이 동시에 여럿일 때 무엇을 먼저 실행할지 정하는 전략.
전문가 시스템 — 특정 좁은 분야의 전문 지식을 규칙으로 담아 전문가 수준의 판단을 흉내 내는 시스템.
확실성 계수 — 규칙이나 결론에 붙이는 확신의 정도. 논리의 참·거짓만으로는 담기지 않는 "아마도"를 표현합니다.
지식 획득 병목 — 전문가의 지식을 규칙으로 옮기는 과정이 느리고 비싸서 시스템 확장을 가로막는 현상.
암묵지 — 알고는 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 숙련된 전문가의 직관이 대표적입니다.
취성 — 다루도록 설계된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도 시스템이 자신 있게 엉뚱한 답을 내며 무너지는 성질.
프레임 문제 — 어떤 행동 뒤에 "변하지 않은 것"들을 일일이 적어야 하는 문제. 상식이 어려운 이유의 기술적 정체입니다.
단조성 — 지식이 늘어나도 이미 내린 결론이 취소되지 않는 고전 논리의 성질.
비단조 추론 — 새 정보가 들어오면 이전 결론이 철회될 수 있는 추론. 사람의 일상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기본값 논리 — "반대 증거가 없는 한 보통은 이렇다"는 형태로 지식을 적는 비단조 추론 방식.
한정 원리 — 예외는 알려진 것만 존재한다고 가정해 결론을 확정하는 방식.
폐쇄 세계 가정 — 명시적으로 적혀 있지 않은 것은 거짓으로 간주하는 가정. 오늘날 데이터베이스가 이렇게 동작합니다.
사이크 — 사람의 상식을 손으로 전부 기술하려 한 1984년 시작의 장기 프로젝트.
비즈니스 룰 엔진 — 규칙 기반 시스템의 현대 산업 버전. 금융·보험·의료·항공의 판정 자동화에 쓰입니다.
지식 그래프 — 개체와 관계를 인터넷 규모로 저장한 거대한 의미망. 검색과 추천의 기반 시설입니다.
검색 증강 생성 — 언어 모델이 답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지식을 먼저 찾아와 그 근거로만 답하게 하는 방식.
뉴로심볼릭 AI — 신경망의 인식 능력과 기호 시스템의 엄밀한 추론 능력을 결합하려는 접근.
형식 검증 — 프로그램이 특정 조건을 어떤 경우에도 위반하지 않음을 논리로 증명하는 기법.
다음 회차 예고 — 그리고 생각해볼 질문
오늘 우리는 제1부 「AI의 뿌리」를 마쳤습니다. 1회차에서 지능이 무엇인지 물었고, 2·3회차에서 그 꿈의 흥망을 따라갔고, 4회차에서 기계가 길 찾는 법을, 오늘 기계가 아는 법을 봤어요.
그리고 오늘 마지막에 아주 큰 벽 하나를 만났습니다. 지식 획득 병목 — 지식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넣어야 한다는 벽이요.
6회차 「머신러닝이란」은 이 벽을 정면으로 부수는 이야기입니다. 발상은 이래요. 전문가에게 규칙을 물어보지 말고, 사례를 잔뜩 보여준 다음 규칙을 기계가 직접 찾아내게 하자.
스팸 메일을 거르는 규칙을 사람이 적으려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스팸으로 분류된 메일 10만 통을 보여주면 기계가 스스로 패턴을 찾아내요. 오늘 본 40년의 고생이 다른 방식으로 우회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공짜는 없어요. 규칙을 데이터에 맡기는 순간, 오늘 우리가 소중히 여겼던 것 하나를 잃게 됩니다. 무엇을 잃는지는 다음 회차에서 확인하시죠.
생각해볼 질문
오늘 본 규칙 기반 AI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지만 좁은 범위밖에 다루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의 대형 언어 모델은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지만 자기 판단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요.
만약 병원의 진단 시스템을 직접 고른다면, 설명할 수 있지만 좁은 AI와 설명 못 하지만 넓은 AI 중 어느 쪽을 택하시겠어요? 그리고 그 선택이 대출 심사나 채용 심사에서도 같을까요?
댓글로 의견을 들려주세요. 다음 회차에서 이 질문을 다시 꺼내보겠습니다.
이 포스트는 SVIL 연구소 「AI 기초 및 활용」 30회 시리즈의 5회차입니다. 하버드 CS50 AI, MIT 6.S191 등 공개 교육과정의 구조를 참고해 2026년 7월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모든 내용은 이미지 없이 본문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이미지에는 내용을 설명하는 대체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